암 보험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 사람의 사망원인 순위에는 각종 암이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는데 정작 관련 보험은 왜 없어질까. 간단히 말하면 보험사의 수지가 안 맞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암 보험 가입은 점차 어렵게 되는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보험료가 점점 오른다는 것이 부담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암 보험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특약으로 암 보장을 하는 보험 상품도 나오고 있어 관심을 가질 만하다.
왜 줄어드나
암 보험은 한때 생명보험사들의 주력 상품이었다. 현재 암 보험을 파는 회사는 전체 20개사 가운데 절반 정도인 10개사. 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 등 대형사들이 최근 몇 년 새 암 보험 판매를 잇따라 중단했고 앞으로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보험사들의 손해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의료기술이 발달해 예전보다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면서 '암에 걸렸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가입자에게는 좋지만 보험사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03회계연도에서 2005회계연도 사이 생보사들의 암 보험금 지급규모는 삼성생명의 경우 4,644억원에서 6,398억원으로, 대한생명은 2,160억원에서 2,760억원, 교보생명은 2,886억원에서 3,901억원으로 늘어났다. 결국 상당수 보험사들이 "들어오는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많다. 더 이상 새 상품은 팔지 않겠다"고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상품을 유지하는 대신 보험료를 올리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보험사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보험사는 여러 상품마다 수지를 종합해 수익을 내는데 가령 암 보험의 손해가 급증하면 결국 전체 수익을 맞추기 위해 다른 상품의 보험료를 올리게 된다. 이로 인해 다른 상품 가입자들이 상품을 외면하면 회사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논리다.
대안은 없나
암 보험을 더 이상 팔지 않는 회사도 암 보장을 완전히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종신보험이나 치명적질병(CI) 보험에 암을 특약 형태로 붙여 보장방법을 바꾸었다. 대신 암이 주계약이 아닌 특약이 되면 보험료는 비싸지고 보장내용이나 액수는 줄어드는 게 보통이다.
암 보험 판매가 중단됐어도 새로 가입자를 받지 않을 뿐이지 기존 가입자는 보험료만 내면 계속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중단이 기존 계약을 해약하는 게 아니므로 기존 가입자에게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암을 중점적으로 대비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남아 있는 상품에 서둘러 가입하는 게 좋다. 규모가 큰 대형사는 그만큼 손해가 커 암 보험 판매를 중단했지만 틈새시장을 노리는 중소형 생보사들은 여전히 암 보험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특약 형태는 진단비나 수술비 정도 보장하는 게 보통이지만 암 전용상품은 사망보장까지 범위가 넓고 액수(4,000만~1억원)도 상대적으로 크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회사마다 위험률 산정방식이 다르고 암 보험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대형사가 없앤다고 무조건 따라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있는 암 보험 상품의 보험료는 점점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4월부터 암 보험 등에는 회사마다의 사정을 감안한 경험위험률을 적용토록 권고했다.
보험사들은 준비 기간을 거쳐 5,6월부터 새 위험율을 적용한 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보장 수준이 같더라도 회사별로 보험료 차이가 커지기 때문에 미리 비교해 가입하는 게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가족 중에 암으로 사망한 사람(가족력)이 있다면 보험금 수준이나 3대 질환 같은 동시 보장 조건 등을 따져 암 전용 상품에 서둘러 가입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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