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안무가 알랑 플라텔이 이끄는 벨기에 세드라베 무용단(Les Ballets C. de la B.)은 현대무용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무용단 중 하나다. 그 세드라베 무용단이 25~27일 LG아트센터에서 펼치는 내한공연 <저녁기도> 무대에서 우리는 한국어 대사를 들을 수 있다. 한국 무용수 예효승(33)이 있기 때문이다. 저녁기도>
예효승은 2005년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저녁기도> 오디션에 합격, 이 무용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안무가 중심의 세드라베 무용단은 정규 단원을 두지 않고 매 작품마다 출연 무용수를 뽑는다. 저녁기도>
하지만 예효승은 플라텔로부터 차기 뿐 아니라 차차기 작품에도 출연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상태. 무용평론가 장광열씨는 예효승에 대해 “겉으로 굵고 강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캐릭터를 섬세하게 소화해낸다. 양면을 다 소화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무용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학(경희대 무용과)과 대학원 입학 때 모두 재수를 했고, 동아무용콩쿠르에서도 다섯번이나 도전한 끝에 금상을 받은 늦깎이였다. 아무 것도 보장돼있지 않은 유럽으로 건너간 것은 서른 살 때였다. 공연 준비를 위해 잠시 한국을 찾은 예효승은 오디션 당시를 돌이키며 “반드시 해내겠다는 절박함 때문에 합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차 오디션 도중 목을 다쳐 상체를 제대로 쓰지 못했다. 더구나 특별히 유연한 무용수를 찾는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부상은 더욱 치명적이었다. 하지만 아프면 나중에 하라는 권유에도 끝까지 춤을 춰 플라텔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나이도 많고, 말도 잘 통하지 않고, 체구도 작기 때문에 오직 춤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6년 2월 파리에서 초연된 <저녁기도> 는 몬테베르디의 종교음악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 와 정신병동 환자들의 영상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소외된 현대인의 모습과 이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종교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아비뇽 페스티벌, 비엔나 임펄스 탄츠 페스티벌, 런던 새들러스 웰스 극장, 베를린 슈타츠오퍼 등 유럽 전역에서 130회 이상 공연되며 화제를 모았고, 특히 자위 행위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장면으로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
예효승은 플라텔에 대해 “무용수들의 습관과 신체적 특징까지 세세하게 살펴 그것을 춤으로 형상화하는 안무가”라고 소개했다. 플라텔은 무용이 아니라 교육심리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제 손가락이 유달리 긴 것을 보더니 손가락의 움직임을 살린 솔로 춤을 안무해주더군요. <저녁기도> 를 준비하는 동안 정신병동을 방문하고, 최면술 강의도 들었어요. 무용수들과 끊임없이 토론하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갑니다.” 저녁기도>
예효승은 “야구의 박찬호나 축구의 박지성처럼 현대무용계에도 스타가 있어야 한다”면서 “후배들에게 자극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왕태석기자 king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