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철강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저가의 중국산 H형강과 철근, 열연코일이 물밀듯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품질인증도 받지 않은 중국산 철강재는 국내 건축물 안전 문제를 유발할 수 있어 법적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1분기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331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1만톤)에 비해 무려 82.2%나 증가했다.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매년 급증해 2003년 182만톤에 불과했던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지난해에는 1,035만톤까지 상승했다.
특히 중국이 수출하는 철강재 대부분이 우리나라로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지난해 중국의 H형강 수출량 143만7,000톤 가운데 한국으로 들어온 물량은 전체의 57%인 81만9,000톤에 달했다. 중국산 열연코일도 지난해 전체 938만5,000톤의 수출량 중 37%인 344만4,000톤이 우리나라로 수입됐다. 중국산 철근은 지난해 수출량 339만4,000톤 중 21%에 해당하는 71만3,000톤이 한국행 배를 탔다.
우리나라가 중국 철강재의 가장 큰 수출시장이 되고 있는 것은 국내산이 중국산에 비해 10% 이상 비싼 점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수입 철강재에 대한 품질 인증규정이 간편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철근과 H형강 수입에 대해 사전 품질인증제를 운영하고 있고, 이탈리아와 체코는 독자적인 승인제도까지 갖고 있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도 기술검사협회(TUV) 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사전 품질인증 실시하는데 유효 기간이 1년에 불과하고, 비용도 한 회에 1억5,000만원이나 소요된다.
일본도 2005년 ‘아네하 내진설계 위조 사건’을 계기로 건설관련 법제도를 정비, 수입 철강재에 대해 일본공업규격(JIS) 인증을 요구하는 등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대만은 사전 품질인증제와 함께 수입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수입 대리인에 제품 회수 등의 책임을 부과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별 다른 철강재 수입 관련 장벽이 없다. 산업규격으로 KS제도가 있지만 수입 철강재가 반드시 KS규격을 취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설기술관리법에 따르면 철강재는 품질 확인을 위해 현장 반입 전 사용승인 신청서만 제출하면 되고, KS 제품 또는 그와 적합하거나 동등한 제품이면 된다. 660㎡ 미만의 건축공사와 5억원 미만의 토목공사는 아예 건설기술관리법상 구조용 철강재의 품질관리 항목에서조차 제외된다.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건설용 철강재 대부분이 생산 제품에 대한 품질 시험 등을 거의 거치지 않은 제품이라 건축물의 안전을 크게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KS인증을 획득한 제품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가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며 “더 이상 철강재에 대한 안전 불감증이 방치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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