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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反한나라'의 등장

입력
2007.04.3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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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정치와 유권자가 나누는 정기적인 대화다. 정당과 후보들의 정강과 정책계획에 관한 일상적인 대화에서 이를 이해, 평가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날 때마다 선택하고 심판한다. 선거를 통해 유권자는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고 정치과정을 통제한다. 선거로 대화하고 통제하는 과정이 곧 민주주의의 과정이다.

한나라당에 패배를 안겨 준 4ㆍ25 재ㆍ보선 결과를 보면 선거의 이런 의미가 더 이상 생생할 수가 없다. 지난해 5ㆍ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 주었던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한나라당에 주었던 표를 도로 회수해 갔다.

지방선거를 지배했던 반노(反盧)의 폭풍이 이제 반(反)한나라당의 기세로 변한 것이다. 양극을 오가는 표의 쏠림, 즉 민심이라는 것이 참으로 무섭다. 반노에 더해 반한나라 기세가 드세지자 주가를 올린 쪽은 민주당과 국민중심당이다.

● 정권심판 약발 다 했나

그 동안 한나라당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굳이 반복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두 사람만으로 대표되던 대선 구도 역시 어차피 조정이 올 비정상이라 할 만했다.

선거에서 투표행위는 이전 권력을 겨냥한 과거 회귀적 성격을 가질 때가 있고, 새 비전을 선택하는 미래 지향적 내용일 수도 있다. 심판형 투표가 있을 수 있고, 주문 기대형 투표가 있을 수 있다. 투표 행태로 보아 지금까지 한나라당은 실정 심판, 정권 교체형 투표 덕을 봐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지리멸렬상이 지속적인 데다, 노무현 대통령이 무당적인 상황에서 이제 한나라당이 과거회귀적ㆍ심판형 투표의 약발에 기대기는 어렵게 됐음을 확인하게 됐다. 한나라당에게서 유권자들은 미래를 발견하고 비전을 얻기를 바라는 쪽으로 기대와 평가 수위를 높여 온 데 비해 한나라당은 여기에 눈을 감고 있었다.

이 점에서 세 곳의 국회의원 선거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곳은 서울과 수도권의 기초단체장 선거일 성 싶다. 4곳의 이 지역 선거에서 무소속에 당한 전패는 반한나라 정서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리는 바로미터다. 이번 재ㆍ보선이 작은, 국지적 선거라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 중 하나이다.

한나라당이 무너지는 동안 반한나라 기세 속에 지역주의가 강력하다는 증거도 이번에 발견됐다. 대전과 전남 무안ㆍ신안에서 충청의 위력, 호남의 위세가 떨쳐졌다. 기다렸다는 듯 캐스팅 보트 역이니, 통합의 주도니 하는 구도의 정치, 공학의 정치가 본격화할 채비다.

여기서 다시 위기에 놓인 것은 정책으로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당 정치다. 이제 대선의 승패는 마치 반한나라 연합 여부에 달렸다고 믿고, 또 움직이는 정치 공학, 구도 짜기가 만발할 것이다.

반노 지상주의 정치가 풍미하던 공간에 반한나라가 지상 명제로 등장한 격이다. 그러나 문제는 반한나라의 내용이 무엇인가이다. 아무리 풍부한 이유가 있다 해도 반한나라가 목표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명박과 박근혜, 한나라당의 패착이 정권교체 자체를 목표인 양 외쳤던 데서 비롯됐다면 반한나라의 구호도 다를 바 없다. 정당한 목표라도 정당한 수단과 과정으로 뒷받침하고 입증하지 않으면 힘을 갖지 못한다.

● 판짜기 정치, 뒷걸음질

한나라당에 일격을 가한 재ㆍ보선 결과는 그 동안 가려졌던 정치 정보의 왜곡을 교정하고 거품을 걷어내는 소득을 올렸다. 정치 시장이 공급자 주도 시장이 아니라 결국엔 수요자 주도 시장임을 확인시켰다.

동시에 지역주의의 동력을 부활시키고 무원칙하고 몰가치적인 판짜기나 연대의 정치를 부추길 소지도 함께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뒷걸음질이다. "연례적인 선거가 끝나면 노예신세가 시작된다"는 말처럼 앞으로 유권자들이 유사상품이나 강매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를 가려내는 일도 유권자의 몫이자 힘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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