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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렉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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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렉서스

입력
2007.04.3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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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1992년 5월 일본 아이치현의 도요타시를 방문했다. 89년 미국에 상륙, 선풍적 인기를 끈 도요타의 최고급 브랜드 렉서스 공장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로봇이 세밀한 공정까지 도맡는 광경에 감탄사를 연발했던 그는 돌아오는 열차에서 불안한 중동정세를 보도한 신문을 보고 양자를 대비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를 구상하게 된다.

99년 출간된 이 책에서 그는 독특한 통찰력으로 냉전체제가 해체된 자리에 새롭게 들어선 세계화가 지구인들의 삶을 확 뒤바꿀 것이라고 전망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 그러나 프리드먼도 세계화의 상징으로 비유한 렉서스가'해가 지지 않는 자동차 제국'의 자존심을 땅에 떨어뜨릴 줄은 당시엔 몰랐을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지금"자동차업계가 역사적 순간을 맞았다"며 야단이다.

미국의 힘과 동일시됐던 GM의 올 1분기 글로벌 판매실적이 226만대로, 도요타의 235만대에 뒤졌기 때문이다. 1908년 창업해 1931년 포드를 제친 이후 76년간 군림해온 왕좌 자리를, 창사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한때 아시아의'스몰 포테이토(small potatoㆍ하찮은 것)'로 여겼던 업체에 내줬으니 그럴 만도 하다.

▦ 1937년 창업해 50년대엔 파업 등으로 부도 직전까지 갔던 도요타는 올해 940만대, 내년 980만대의 판매량으로 명실공히 세계 1위를 굳히게 된다.

전문가들이'21세기의 자동차 신화'로 부르며 요모조모 따져보는 비결의 핵심은 이미 널리 알려진'도요타 방식', 그 중에서도 끊임없이 비용 절감을 실현하는'카이젠(改善)'이다.

인간존중의 노사관계, 한 발 앞선 미래투자 등은 이를 위한 토대다. 필요한 것을 제때 생산ㆍ조달하는 JIT(Just in Time) 방식 등 수많은 카이젠으로 절감한 비용은 93년 이후 연 평균 1조원에 달한다.

▦ 2006 회계연도에 도요타가 영업이익 2조 2,000억엔, 순이익 1조 5,000억엔을 넘는 사상 최대 흑자를 내는 사이에 '늙은 공룡'GM은 감원과 복지 축소 등 뒤늦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20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GM대우가 그나마 효자노릇을 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때마침 현대기아차가 슬로바키아 공장을 준공하고 체코 공장을 착공해'유럽시대'를 열었다는 반가운 뉴스가 나왔다. 하지만'주가지수 1,500 시대'에도 이 회사 주가는 왕따 신세다. 도요타와 GM을 보면 답이 뚜렷이 나온다. 노사만 모르는 척 할 뿐이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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