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의 ‘아시아나클럽마스타’ 카드를 쓰는 회사원 이모(42)씨는 요즘 분통이 터진다. 업무상 해외출장이 잦아 지난해 다른 카드보다 마일리지 혜택을 두 배 가량(사용액 1,000원당 2마일 적립) 주는 씨티카드를 만들어 열심히 썼지만 최근 은행으로부터 “다음달 1일부터 혜택을 ‘1,500원당 2마일’로 줄이겠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가입시 약속을 믿고 열심히 카드를 사용한 고객을 물먹이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용카드사들의 얌체 마케팅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처음 고객을 유혹할 때는 파격적인 혜택을 한껏 내세우다가 관심이 떨어질만하면 슬그머니 한도를 낮추거나 조건을 붙이는 식이다. 카드사들은 “영업환경 변화에 따른 조치로 변경 전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결국 카드업 전체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 중 변경이 잦은 것은 패밀리레스토랑, 극장, 쇼핑 등 주로 타 업종과 제휴 마케팅을 하는 분야다. LG카드는 베니건스 측의 요청으로 올 2월부터 베니건스 이용시 할인혜택을 폐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비스 비용을 분담하던 제휴업체가 갑자기 ‘수지가 안 맞는다’며 버티면 어쩔 수 없이 혜택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놀이공원 무료입장 등 혜택은 ‘조건없는 이용’에서 ‘월 ○원 이상 이용해야 가능’ 식으로 갑자기 조건이 붙는 경우도 많다.
카드사들은 감독당국 핑계도 댄다. “혜택을 유지하거나 높이려고 해도 금융감독원이 과당경쟁 방지를 이유로 줄이라고 하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 초 출시 2개월 만에 발급 중단된 하나은행의 마이웨이카드가 대표적이다.
반면 당하는 고객은 참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할인이나 적립 혜택은 ‘부가서비스’라는 이유로 카드 약관에 명시되지 않아 카드사는 수시로 바꾸어도 별 부담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불만이 끊이지 않아 곤혹스럽지만 제휴사와의 계약과 시장상황이 늘 달라지기 때문에 부가 혜택을 약관에 명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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