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의 몇몇 관리가 이라크전쟁을 밀어붙였다. 미국이 직면하게 될 좋지 않은 상황에 대해 경고했지만 소용 없었다.”
조지 테닛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회고록을 통해“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등 부시 행정부의 일부 관리들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미국에 긴급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 없이 이라크 전쟁을 감행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민주당 주도의 의회가 이라크 주둔 미군병력의 철수 시한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테닛 전 국장은 30일 발간되는 회고록 <폭풍의 한가운데서> 에서 “CIA는 이라크 침공 7개월 전 미국이 이라크에서 무정부주의와 영토분산 등 나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깊어지는 이슬람의 반미감정으로 인한 국제적인 대미테러 급증, 주요 아랍국가들의 체제를 위협하는 불안정, 주요 석유공급 붕괴와 대서양 동맹국간의 심각한 긴장 초래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담은 CIA 정보분석관들의 보고서를 2002년 8월초 작성해 부시 대통령과 국가안보 보좌관들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폭풍의>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 개전이 CIA의 부정확한 정보 때문이었다고 책임을 돌리며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체니 부통령이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 개전을 결정한 것은 테닛 전 국장의 ‘슬램덩크’ 정보 때문”이라고 말한 데 대해 “슬램덩크는 이라크전의 필요성과 군대파견을 국민에게 용이하게 납득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체니 부통령 등 행정부 인사들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WMD)를 갖고 있다는 확실한 정보로 간주했다는 주장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