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30일 당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4ㆍ25 재보선 참패 이후 강 대표 체제의 유지여부를 둘러싼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측간 대립이 중대국면을 맞고 있다.
강 대표가 발표할 쇄신안에는 당 경선 관리위에 네거티브 방지를 담당할 기구를 설치하고 대선 주자들간의 정례적인 회의체를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대선 주자 캠프 소속 의원들의 당으로의 원대 복귀를 요구하고, 원외 당원협의회 위원장 재산공개 등 강도 높은 부패 방지 대책을 담을 것이라고 한 측근은 전했다.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은 그러나 “경선 룰 조정은 당 쇄신과는 관계 없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시장측은 경선 룰 조정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며 지도부 사퇴와 쇄신안을 사실상 연계하고 있어 쇄신안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박 전 대표측은 조건 없는 강 대표 체제 유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이 전 시장측이 쇄신안에 고개를 젓고 이 전 시장측 이재오 최고위원이 사퇴할 경우 강 대표가 버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전 시장측 주호영 의원은 “경선 룰 조정이 포함되지 않으면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일부 의원도 강 대표 퇴진론에 힘을 싣고 있다.
만약 강 대표가 물러나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새 지도부 선출문제를 놓고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 게 분명해 당이 쪼개질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앞서 이 전 시장은 29일 충남 예산 충의사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 복잡할수록 더 조용하게,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이 강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강 대표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전 대표도 이날 울산에서 가진 특강에서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나 다짐보다는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것들을 단호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잘못된 것은 당헌ㆍ당규에 따라 단호하고 과감히 척결해야 한다. 실천이 진정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패 척결=당 쇄신’이라는 논리로 지도부 사퇴에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의 상당수 측근들은 이 전 시장의 언급은 ‘강 대표 체제 유지’가 아닌‘당 쇄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 캠프는 28일 밤 전략회의를 통해 “다소 심각한 상황이 오더라도 대선을 위해 당 분열을 가져올 수 있는 지뢰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했다고 한다. 한 측근은 “네가티브 방지대책, 경선 룰 관련 쟁점, 당직 개편 등 지도부 구성, 선관위 구성 문제 등에 대한 대책을 쇄신안에 담아 당과 주자들이 큰 틀의 합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측 최경환 의원은 “중요한 것은 부패를 끊겠다는 실천의지”라며 “이 전 시장측에서 당 쇄신을 빌미로 오픈 프라이머리 등을 포함시키려는 것 같은데 이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전여옥 전 최고위원과 홍준표 의원 등이 연일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당 초선 의원 모임인 ‘초지일관’ 소속 의원들도 30일 회동, 지도부 사퇴 문제를 논의키로 했다.
홍 의원은 이날 “지도부를 해체하고 박관용 전 국회의장 같은 분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며 “강 대표가 거취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으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비대위 구성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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