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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를 통해 스캔들이 왔다' 그를 닮고 싶다… 그를 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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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그를 통해 스캔들이 왔다' 그를 닮고 싶다… 그를 때리고 싶다

입력
2007.04.3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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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논하기에 앞서 저자인 르네 지라르(사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사회인류학자인 지라르는 인간 욕망의 연구를 천착해 왔다. 그의 첫 번째 저작인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1961)은 소설 속의 인물을 대상으로 인간 욕망의 모방성을 분석해 주목 받았다.

그는 소설의 남자 주인공이 한 여성에 대해 품은 욕망은 대상(여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다른 남자의 욕망에 자극 받아 생겼다고 말한다. 즉, 사람들이 자기 욕망이 자발적이라 주장하는 것은 '낭만적 거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모방적 욕망'은 지라르의 연구의 핵심이자 시발점이다.

이 책 역시 모방적 욕망이란 그의 이론을 바탕으로 폭력의 근원과 그 해결 방안을 이야기한다. 모방적 욕망은 타인과의 관계를 선망, 질투 그리고 증오 등의 감정이 뒤엉키게 해 끝없는 경쟁 관계로 만든다. 따라서 타인은 자신의 욕망 실현에 방해가 되는 존재가 되며, 상호간의 경쟁은 타인과의 사이에 폭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그가 말하는 '스캔들'은 욕망의 경쟁 가운데 발생하는 충돌이며, 충돌이 증폭돼 폭력이 만연할수록 사회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 위기가 절정에 이르면 사회의 안정을 위해 한 사람의 '희생양'에게 폭력이 집중하게 된다. 이처럼 지라르의 이론에 따르면, 폭력은 모방적 욕망에서 기인하고 희생양 메커니즘은 이러한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작동한다.

그러나 저자는 모방적 욕망과 희생양 메커니즘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이 모방을 통해 타인과 근본적으로 똑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다면 이는 상호 소통을 가능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희생양 메커니즘도 폭력에 대응한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사회의 안정'을 위해 역사적으로 용인된 '성스러움'을 내재한 불가피한 폭력이라고 말한다.

폭력과 테러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르네 지라르가 주목 받는 이유는 이처럼 폭력의 근원과 해결책에 대해 해답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하는 폭력에 대항하는 방법은 다분히 신학적이다. 그는 '앙갚음하지 마라. 누가 오른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 대고 또 재판에 걸어 속옷을 가지려고 하거든 겉옷까지도 내주어라'는 마가복음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 마치 예수가 '희생양'이 되었듯이 현대 사회에서도 폭력이 상승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의 싹을 잘라낼 것을 주문한다.

르네 지라르 지음ㆍ김진식 옮김, 문학과지성사 발행ㆍ216쪽ㆍ1만3,000원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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