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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의 예술세계 한밭벌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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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의 예술세계 한밭벌서 만난다

입력
2007.04.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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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거인 고암 이응노(1904~1989)를 기리는 미술관이 5월 3일 대전에서 문을 연다. 대전시립미술관 옆에 들어선 대전광역시이응노미술관은 이날부터 <고암, 예술의 숲을 거닐다-파리에서 대전으로> 라는 전시로 개관을 알린다. 대표작인 문자추상과 군상 시리즈를 비롯해 고암의 생애 전 기간에 걸쳐 엄선한 48점을 8월 26일까지 전시한다.

이응노는 비운의 화가다. 국내 대표적 작가로 명성과 지위를 굳힌 그가 프랑스로 간 것은 1958년, 나이 55세 때다. 예술가로서 더 넓은 세상을 만나기 위해 떠난 그 길은 예술적 성취와 정치적 불운을 함께 안겼다. 파리에서 유럽인들에게 서예와 수묵을 가르쳐 한국문화를 알리는 한편, 동서를 넘나드는 끊임없는 실험정신으로 유럽 화단에서 인정을 받고 1965년 사웅파울루 비엔날레에서 수상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북으로 간 아들을 만나려고 동베를린에 갔다가 1967년 동백림사건에 연루돼 대전형무소에서 2년 반 옥고를 치른 데 이어, 1977년 백건우ㆍ윤정희 부부를 북으로 납치하려 했다는 정부 발표로 국내 화단과 연이 끊긴다. 결국 프랑스로 귀화한 그는 1989년 서울 호암갤러리가 마련한 개인전에 오려고 들뜬 마음으로 준비하던 중 전시 개막일에 파리에서 타계하고 만다.

대전형무소에 있을 때도 고암은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간장을 물감 삼아, 휴지를 화폭 삼아 그림을 그리고, 밥풀과 종이를 짓이겨 군상 조각을 만들었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파리에 살고 있는 고암의 부인 박인경씨가 기증한 200여 점의 작품으로 출발한다. 주로 회화가 많고 입체가 13점, 세라믹도 60여 점 된다. 박씨가 서울 평창동에서 운영하던 이응노미술관은 2년 전 문을 닫았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180평의 전시 공간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2층의 건물이다. 마티스미술관, 앙드레 말로 박물관, 낭시미술박물관 등 미술관 전문 건축가로 유명한 프랑스인 로랑 보두앵의 작품이다. 자연채광이 들어오는 투명한 창살, 빗살무늬, 담장 등 한국 전통건축의 요소를 살리면서 보두앵 자신의 아이디어를 합침으로써, 동서양을 접목해 새로운 미학을 추구했던 고암의 예술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미술관측의 설명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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