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7일 미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2ㆍ13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데 대해“6자회담 당사국들의 인내심은 무한하지 않다”고 말함으로써 과연 미국의 인내심 한계는 어디까지 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2ㆍ13 합의에 따라 영변 핵시설 등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을 초청하기로 한 시한이 지난 14일이었기 때문에 북한의 합의 불이행 기간은 이미 2주일을 넘어섰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 등 6자회담의 다른 당사국들도 북한의 합의 이행과 관련해 새로운 시한을 제시한 적은 없다. 때문에 미국 인내심의 소진 시기를 분명하게 못박기는 어려우나 대체로 당초 시한이었던 14일 이후 한달 이내가 미측의 심리적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달이 넘도록 북한이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 동결 해제된 자금을 인출하지도 않고, 또 핵시설 폐쇄를 준비라도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이 대가를 치르도록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에 착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실 미측은 2ㆍ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될 경우 개최키로 한 6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가급적 조기에 성사시킨다는 구상을 하고 있었고 특히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 같은 미국의 구상에 따르면 5월 중하순은 6개국 외무장관 회담이 열려야 하는 시기인데 현재는 아직 그 단계의 언저리에도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의 좌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보다 단순화시켜서 말하면 라이스 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로 이어지는 이른바 ‘실용주의 외교라인’이 자신을 지지해준 부시 대통령 등은 물론이고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해온 비판자들에게 조차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실용주의 세력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강경책을 쓸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협상을 아예 파탄 낼 생각이 아니라면 이들의 입지를 더 이상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인내심이 한계에 이를 경우, 추가 제재 등 “새로운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미국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수단은 제한돼 있다. 이미 발효된 유엔 제재결의안의 범위 내에서 그 내용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것 이외에는 눈에 띄는 방안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는 외부로 드러나는 것 보다는 금융봉쇄나 돈줄 죄기 등 은밀히 진행되는 것이 더 무섭다는 점도 또한 사실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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