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힐 것이라고 백악관이 26일 밝혔다.
데니스 윌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담당 보좌관은 이날 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개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과 캠프 데이비드 산장에서 갖는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계획이 전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년 4월말께 발표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 북한은 올해도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해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된 나라는 북한과 쿠바, 이란, 시리아, 수단 등 5개국이다.
미국이 아베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은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다. 북한이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단을 초청하는 등‘2ㆍ13 합의’를 이행하기 시작했다면 상황은 상당히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2ㆍ13 합의 이행을 지연시키고 있는 와중에 아베 총리가 국내정치적 이유로 납북자 문제의 우선 해결을 완강하게 요청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운신의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북핵 ‘2ㆍ13’합의에 포함된 관련 내용은“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으로부터 해제하는 과정을‘개시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에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되지 못했다고 해서 북한이 이를 당장 미국의 약속위반으로 걸고 넘어지기는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항상 그랬듯이 북한은 테러지원국 지정해제가 지연되는데 따른 불만을 어떤 식으로든 표출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에 6자회담 진전에 또 다른 크고 작은 난관이 조성될 가능성은 높다고 봐야 한다.
특히 미측이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측 주장을 거의 전적으로 수용, 납북자 문제 해결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직접적으로 강력하게 연계했기 때문에 북측의 반발 강도는 그만큼 더 세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일 정상회담에서 제시된 미측의 입장이 향후 1년 내내 확고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 북한이 2ㆍ13 합의 실행에 나서 핵시설 폐쇄를 넘어 불능화까지 할 것이라는 명확한 전망이 서게 된다면 미측은 얼마든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미측은 기본적으로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데다 테러지원국 지정해제는 행정부의 재량사항으로 언제든 이를 미 의회에 통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