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ㆍ해안 지역 국립공원 안의 개발사업도 허용하고, 다른 법령이 정한 인ㆍ허가 절차까지 무력화하는 '연안권 발전 특별법안'이 국회 건설교통위를 통과했다. 심의 과정에서 지적이 집중된 일부 조항이 손질되긴 했지만 문제점은 여전하다.
우선 국립공원 안에 개발구역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문제다. 물론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지만 국립공원위원회의 구성으로 보거나, 심의 안건 대부분을 통과시킨 그 동안의 '실적'으로 보아 실질적 심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40년 동안 보완돼 온 국립공원 보호막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셈이다. 시ㆍ도지사가 권역별 종합계획을 짤 때 자연환경 보전 및 오염방지 대책을 세우도록 했지만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더욱이 이렇게 만들어진 개발계획을 정부가 승인할 때 '부처 간 협의'만 거치면 관련 36개 법률이 규정한 각종 인ㆍ허가 절차가 한꺼번에 끝난 것으로 의제한다니, 특별법 하나로 다른 법을 비웃는 꼴이다. 애초에 전국의 43%에 이르는 60여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법안을 '낙후한 특정지역 개발을 위한 한시적 특별법안'이라고 내세우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법안이 만들어진 과정도 쓴웃음을 자아낸다. 지난해 8월 경남 출신 의원 19명이 '남해안 균형 발전법안'을 발의한 후 '남해안 발전 특별법안', '남해안 발전 지원법안' 등이 꼬리를 물었다.
표를 얻는 일에서 빠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말에는 동해안 출신 의원들이 동해안 개발지원법안을 냈고, 통합 대안이 건교위를 통과하기 직전 서해안 출신 의원들까지 가세, '연안권 발전 특별법안'이라는 종합선물세트가 완성됐다.
우리는 개발 규제를 절대선으로 여기지 않는다. 세계적 자연유산을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해 자연보호와 관광진흥을 함께 이룬 선진국 사례도 많다. 다만 천혜의 땅에 호텔과 골프장을 짓겠다면 근본적 정책변화 여부를 놓고 국민적 논의를 거칠 일이지, 적당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회가 입법권 남용 오해를 받지 않도록 이성을 되찾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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