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임직원들은 29일 김승연 회장이 폭행 사건으로 경찰서에 출두하자 그룹에 미칠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임직원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그룹 이미지 및 브랜드 가치의 추락. 총수가 정치, 경제 사건도 아닌 개인적인 보복폭행 사건에 얽혀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그 동안 힘들게 쌓아놓은 그룹의 대외 이미지가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은 최근 수백원을 들여 고객에게 보다 신뢰받고, 혁신을 통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임직원들의 의지를 담은 트라이서클이란 새 CI를 선보인 바 있다.
김 회장에 대한 수사 강도에 따라 그룹 지배체제에도 변화가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과거 두산 등 일부 그룹의 경우 오너 형제들의 재산분쟁 등으로 사건이 진정될 때까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한 바 있다.
한화는 김 회장이 경찰 조사에서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밝히고 그것을 토대로 경찰의 공식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는 점을 들어 차분하게 향후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폭행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직접 수사를 지시한데다,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점을 감안, 경찰 수사가 강도높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그룹측은 우려하고 있다.
그룹 주변에서는 김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올해 전체 매출의 10% 가량에 그치고 있는 해외사업 비중을 40%까지로 끌어올린다는 글로벌 뉴(New) 한화 프로젝트에도 먹구름이 끼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룹 일각에선 김 회장의 유별난 자식 사랑이 예기치 않은 사태를 촉발시킨 주된 요인이 됐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젊은 나이에 선친을 여윈 것이 자식 사랑을 유별나게 만든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회장은 3명의 아들들이 미국 하버드대와 예일대 등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재학중인 것에 대해 남다른 자식사랑을 보여왔다는 게 그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일부 직원들은 사건이 흥미위주로 다뤄지고, 선량한 시민에 대한 가진 자의 사적 보복으로 보도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한 직원은 “사건의 발단이 김 회장의 아들과 친구가 8명의 술집 종업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얻어 맞은데서 비롯됐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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