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위기인가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왜 그런가요?
사람들이 인문학을 싫어하는 모양이지요. 인문학이 뭐죠? 인간에 대한 과학이지요.
그럼 인문학을 싫어한다는 말은 사람들이 인간을 싫어한다는 말과 같은 뜻인가요? 인간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을 싫어한다는 뜻일 수도 있겠네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싫어한다는 뜻인가요?
그 말이 좀 더 정확하겠네요. 책이 뭐예요? 기억과 상상력이죠. 나도 기억하고 상상하지만 책은 안 되던데요?
집을 지어야죠. 책으로 집을 지어요? 기억으로 기둥을 만들고 상상력으로 벽을 쌓는 거죠. 집을 지으려면 설계도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인생이 설계도가 되지요.
저도 인생을 살아왔지만 설계도가 되진 않던데? 자기 인생을 이야기하면 설계도가 되지요. 제 인생을요? 네. 제 인생이 뭐 재미가 있을까요? 같은 인생은 없으니까요. 차별성인가요? 유일성이죠.
누가 제 인생에 관심이 있을까요? 누구든 자기 인생에 관심이 있으니까요. 그거야 자기 자신의 인생이니까 그렇지만 남의 인생에도 그럴까요,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자기 인생은 남의 인생을 통해서만 볼 수 있으니까 책을 읽는 거죠.
소설 같은 건 그럴 것도 같은데 저처럼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 하는 사람들, 또 자연과학 하는 사람들 이야기는 아닌 듯한데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지 않는 과학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과학도 인생 이야기다? 바로 그렇지요, 자연에 대한 경험이 자연과학, 사회에 대한 기억이 사회과학, 사람에 대한 상상력이 인문학이지요, 그렇지 않고서는 단 한 권의 책도 출판할 수 없지요.
과학은 객관 사실을 연구해서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요? 객관 사실이 뭐겠어요,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이 아닌 사실이 있나요? 인문학은 우리나라에서만 위기인가요? 다른 나라보다 심한 편인가 봐요.
왜 우리나라만? 책 보고 책 쓰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책 보고 책 쓰는 게 나쁜가요? 자기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그럼 누구 이야긴가요? 보고 쓴 책을 쓴 사람의 이야기겠지요? 그 사람이 누군데요? 중국 일본 미국 사람들이 아니었나요? 아, 그랬군요.
우리 인문학이 우리 영화처럼 자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텐데... 아! 그럼 인문학도 신이 나겠군요.
박영률 커뮤니케이션 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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