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9일 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을 보복 폭행 사건의 피의자로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김 회장이 청계산 자락 신축공사 건물에서의 폭행 가담 등 주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으로 일관하자 30일 새벽 피해자들인 서울 중구 북창동 S클럽 종업원들과 대질신문 조사를 했다.
경찰은 종업원들의 피해 진술과 대질신문 등을 통해 김 회장이 보복폭행 사건을 주도하고 일부 종업원들을 직접 폭행한 사실도 상당부분 확인했다. 김 회장은 30일 새벽 귀가했다.
김 회장은 당초 대질신문을 거부했으나 경찰이 S클럽 종업원 6명에게 진술녹화실 유리창을 통해 김 회장을 확인토록 하는 선면(選面)조사를 통해 압박하자 대질신문에 응했다.
앞서 장희곤 남대문서 서장은 29일 밤 11시 브리핑을 통해 “김 회장이 일부 사실만 부분 인정하고 주요 범죄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며 “특히 김 회장을 피해자들과 대질신문하려 했으나 김 회장이 불응했다”고 밝혔다.
장 서장은 선면(選面)조사 결과“종업원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밝혀 김 회장의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음을 시사했다. 김 회장과 경호원, 경비업체 직원들은 지난달 8일 김 회장의 둘째 아들 김모(21)씨가 강남구 청담동 G가라오케에서 폭행당한 것을 보복하기 위해 S클럽 종업원들을 청계산으로 끌고 가 폭행한 데 이어 S클럽에서도 조모(43)사장과 종업원들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에게 권총으로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한 S클럽 조 사장도 이 사건 후“사건 당일 김 회장과 일행이 나만 따로 방으로 끌고 갔다”며 “처음에는 가스총인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해서 다시 보니 분명히 권총이었다”고 말했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김 회장을 다시 소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한기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30일 새벽 “김 회장이 주요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어 오늘 또는 5월 1일 김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순 경찰청장도 이와 관련 “힘과 권위가 있는 사람도 법 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줬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법치주의 확립과 공권력 확립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해 김 회장 사법처리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청와대도 경찰 수뇌부에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28일 오전 11시와 오후 4시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던 김 회장은 29일 오후 3시56분께 그룹 관계자들과 함께 자진 출석했다. 대기업 총수가 폭행 사건에 연루돼 검찰이 아닌 경찰에서 조사 받기는 처음이다.
김 회장은 남대문서에 도착한 뒤 “개인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직접 폭행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어“청계산 일은 전혀 모르는 일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중국 베이징(北京)에 체류 중인 김 회장의 둘째 아들 김씨가 예정대로 30일 귀국하면 곧바로 소환, 폭행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김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및 학생 24명과 함께 25일 역사현장 답사차 중국을 방문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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