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판사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의문사를 당해 중국이 떠들썩하다.
광시(廣西) 장족 자치구 핑러(平樂)현 법원 경제법정 판사 리차오양(黎朝陽ㆍ38ㆍ사진)은 2일 구치소에서 돌연 사망했다. 평소 건강했던 리 판사의 시신 곳곳에서는 피멍이 발견됐다. 가족들이 이를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려 세상에 알렸고, 많은 이들은 검찰 수사 도중의 고문을 의심하고 있다. 언론은 판사가 검찰 수사 도중 사망한 첫 사건이라며 대서특필했다.
사건은 리 판사가 지난달 22일 출근 직후 체포되면서 시작된다. 리 판사는 국유 기업 파산사건과 관련해 돈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리 판사의 아내 저우얜러(周燕樂)는 24일 남편이 싱안(興安)현 구치소에 수감돼 인근 꾸이린(桂林)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지난 달 2일 부인 저우는 구치소측이 느닷없이 보낸 차를 타고 싱안현으로 가서 점심 대접을 받은 뒤 청천벽력 같은 남편 사망 소식을 통보받았다. 가족은 리 판사 시신에서 여러 상흔을 발견하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리 판사의 코 밑은 3센터 정도 찢어져 꿰매진 상태였고, 앞니 두개는 부러져 있었다. 손목과 발목에는 수갑 등으로 강하게 결박된 흔적이 뚜렷했으며 등과 허리, 장딴지 등 곳곳에는 피멍이 있었다. 리 판사의 여동생은 이런 상흔들을 현장에서 바로 카메라로 찍었다.
꾸이린시는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구치소측은 여러 차례 정신병적 발작을 일으켰던 리 판사가 사망 당일 아침 식사를 한 뒤 갑자기 혼수 상태에 빠진 뒤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문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자 검찰은 신문 과정을 녹화하고 있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구치소에서 검찰로 와서 신문을 받을 때 반드시 피의자 몸 상태를 확인하도록 하기 때문에 고문 여부는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리 판사와 같은 방을 썼던 수감자들과 재소자를 관리하는 공안경찰 민경(民警)의 구타 여부 등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리 판사는 구치소에 있을 때 경찰에게 고분고분하게 굴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리 판사의 손에는 수갑을, 발에는 족쇄가 채워졌다. 코밑 상처도 결박된 후 부 자유스런 상태에서 발생했을 수 있다. 수감자들이 리 판사의 신분을 알고 폭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다. 중국 수감시설에서는 정치범이나 경찰 출신 범죄인들에 동료 수감자로부터 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인이 발표되지 않아 사인을 단정을 내리기에는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다수 중국인들이 “판사님조차 검찰에 가면 저런 지경인데 백성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라고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진상조사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누가 누구를 조사한단 말인가”라며 의심한다. 언론은 이 사건을 중국 형사 소송의 현주소로 바라보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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