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차세대 주력전투기 F-22를 일본에 팔 것이라는 뉴스가 언론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최강의 '꿈의 전투기'를 일본이 계획대로 100대나 갖게 되면, 동북아 세력균형을 흔들고 군비경쟁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그런데 우리도 이에 맞서 F-22에 버금가는 첨단기종을 도입해야 한다고 떠드는 것은 듣기 민망하다. 어설픈 분석을 토대로 스스로 군비경쟁을 재촉하는 것은 동북아 평화는 물론이고 안보와 국익에도 역행할 수 있다.
F-22기가 스텔스 기능과 전투능력 등에서 최고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또 일본이 1대에 2억 달러가 넘는 F-22기를 보유할 경우,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잠재적 적대국과의 유사시 대응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미 중 러 등의 전략 핵무기가 밀집한 지역에서 신예 전투기 배치가 힘의 균형을 허문다고 호들갑 떠드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다.
이런 반응은 최근 미 일 언론이 중국의 신형 전투기 개발 등 군비확장에 요란한 경보를 울린 것과 비슷하다. 엄밀한 군사ㆍ전략적 평가에 기초하기 보다, 낡은 대치구도를 억지로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할 만하다. 오래 익숙한 안보불안과 군비경쟁을 부추겨 이득을 보려는 군산복합체의 계산이 작용한다는 지적도 그냥 흘려 들을 게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팽창에 맞서 동맹 강화와 일본의 군비확충을 꾀하고 있다. 아베 총리 방미에 맞춰 F-22기 판매설이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미국도 최첨단무기 판매는 규제하고 있고, 중국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있어 F-22 판매를 간단히 기정사실화할 것은 아니다. 이를 무시한 채 보수언론이 앞장서 일본이 적대국인 양 떠드는 것은 '한미일 3각동맹'을 그토록 옹호한 것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게다가 국력이나 국제역학을 냉철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주변국 모두와 대등한 군비를 갖춰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지각 없다. 이를테면 형편에 맞지 않는 '명품 열기'를 탓하면서도 자신은 명품만 좇는 위선적 행태를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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