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라이프를 잡아라.’
재계가 인터넷 가상세계인 세컨드 라이프(www.secondlife.com) 진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세컨드라이프 진출을 준비하고 있으며, KT와 건설업체 엘드건설 등도 적극 검토중이다.
세컨드라이프란 2003년 미국의 린든랩사가 인터넷에 개설한 가상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이곳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은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 공간에서 실제와 똑 같은 생활을 하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토지를 구입해 집을 짓고 거주하며 옷과 신발 등 필요한 물품들을 ‘린든달러’라는 가상 화폐를 주고 구매하기도 한다.
물론 직업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으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이버 공간의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심지어 아바타끼리 결혼도 한다. 물건을 팔거나 일을 해서 벌어들인 린든달러는 현실의 미국 달러로 환전할 수도 있으며 미국 달러를 내고 린든달러를 구입할 수도 있다. 미화 1달러당 환율은 267린든달러다.
언뜻보면 아이들 장난같지만 이 같은 가상 세계에 열광해 가입한 사이버 주민이 현재 593만명에 이른다. 올해말 예상 주민수는 무려 2,000만명. 이들이 이곳에서 매일 벌이는 경제활동 규모는 200만달러에 이른다. 가상의 아이템을 사고 파는 것 뿐만 아니라 사이버 홍보를 통해 현실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까지 포함하면 경제활동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앞 다퉈 세컨드라이프에 깃발을 꽂고 있다. 아디다스, 도요타, 소니BMG, IBM, 브라질 최대항공사 TAM 등은 사이버지점을 개설해 제품 및 기업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델컴퓨터는 여기서 컴퓨터(PC) 구입주문까지 받고 있을 정도다. 로이터통신은 전담 특파원을 파견했으며, 스웨덴은 최초로 사이버 대사관까지 개설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세컨드 라이프 진출 준비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그룹. 윤순봉 그룹홍보팀장(부사장)은 최근 그룹 홍보임원들을 상대로 “세컨드라이프에 삼성관을 개설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연결하는 홍보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그룹 고위관계자는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그룹차원과 계열사별 시행여부를 놓고 연구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일본 현지법인인 저팬 삼성의 경우 재일동포 3세 기업가인 손정의가 이끄는 이동통신업체 소프트뱅크 모바일과 함께 ‘소프트뱅크 x 삼성’ 코너를 개설해 삼성전자의 휴대폰을 전시중이다.
삼성SDS도 사이버 지사 설립을 검토중이다. 김 인 사장은 최근 세컨드라이프를 방문해본 뒤 모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인터넷이 단순한 흥미와 오락거리를 넘어 생활 그 자체로 바뀌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실감했다”며 “틈을 내서 세컨드라이프를 방문해 보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건설업체인 엘드건설은 세컨드라이프내 한국인 커뮤니티인 조이윈드코리아와 손잡고 이곳에 모델하우스 및 가상 주거단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엘드건설은 세컨드라이프 진출을 통해 해외 사업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KT도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위해 기업홍보관 개설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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