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우리는 음식은 고사하고 물도 제대로 마실 수 없었습니다. 제철 과일인 딸기나 체리를 사 먹지 않았고, 신혼부부는 아이를 가지려 하지 않았죠.”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한 지 정확히 21주년을 맞는 26일 주한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간단한 기념식을 마친 유리 무쉬까(43) 대사는 사고 직후 우크라이나의 공황상태를 이렇게 전했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저는 사고 지점에서 90km 떨어져 있는 수도 키에프에 머물고 있어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고 후 키에프도 아주 황량한 도시로 변했습니다. 노약자는 모두 다른 곳으로 대피했고, 경제 활동을 중단한 채 남아 있는 사람끼리 도시를 청소했어요.”
무쉬까 대사에 따르면 1986년 4월 26일 새벽 체르노빌 원전의 제4호 원자로가 폭발한 후 방사능으로 오염된 지역은 14만5,000km2 에 이른다. 남한 전체 면적보다 더 큰 규모다. 정확한 피해자의 수는 파악도 할 수 없다. 추정된 경제적 손실은 약 200억 달러.
그러나 체르노빌 지역이 지금까지도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는 죽은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사고지점으로부터 반경 30km이내는 사고 당시부터 완전 통제구역으로 지정돼 손을 쓸 수도 없는 지경이 됐다.
그는 “최악의 원전사고로 불리는 체르노빌 사건이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했지만, 이웃 국가에도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우선 사고 직후 바람이 북쪽으로 불면서 국경을 맞닿은 벨라루시에 방사능 오염사태가 발생했고, 뒤이어 이웃 러시아로 번졌다. 북유럽인 스웨덴에서까지 방사능이 감지됐다.
하지만 폐허가 된 체르노빌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지는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아직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 무쉬까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르노빌 지역을 재건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으나 방사능에 노출된 숲 전체가 붉게 변하는 등 회복이 불가능한 지역도 있어 재건이 쉽지 않은 상태”라고 토로했다. 특히 지금까지 체르노빌에 남아있는 핵 연료 처리가 문제인데, 석유처럼 이전이 용이치 않아 현재 저장 시설을 따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무쉬까 대사는 “핵 에너지의 안전한 이용이 한국과 우크라이나가 협력할 분야”라고 강조하고 “한국의 원자로는 뛰어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체르노빌과 같은 재난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원전 전문가로부터 한국의 원자로는 현대화된 것이고 매우 안전하다고 들었습니다. 원자로의 종류가 안전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실 체르노빌에서 문제가 된 원자로는 오래된 것으로 그 자체로도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상태였다고 그는 덧붙였다.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16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는데, 체르노빌 참사에도 불구하고 발전을 위해 원전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사고 위험성에 대해서는 “한국처럼 관리만 잘하면 핵 에너지가 안전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한국은 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약 40%를 충당하고 우크라이나는 약 37% 수준이어서 양국이 모두 원전에 상당히 의존하는 셈”이라며 “우라늄 가격이 석유와는 달리 싸고 안정적이어서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무쉬까 대사는 우크라이나가 구 소련 시절 적대적 기구였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할 것이라는 보도를 확인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대외정책 목표는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우크라이나는 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다”면서 “나토 회원국이 되지 않고서는 EU회원국이 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법을 고쳐야 하는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해 NATO 가입이 먼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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