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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현대사의 길 조성

입력
2007.04.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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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1987년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교내에 ‘민주화의 길’을 조성하는 등 개교 이래 처음으로 서울대인을 주제로 한 한국 현대사 정리 작업에 나선다.

서울대 관계자는 29일 “한국전쟁과 4.19혁명, 80년대 민주화운동 등에 참여했다가 희생된 서울대인들을 기리기 위한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며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기념하는 길을 만들고 당시 관련 자료를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에는 4.19 기념탑, 한국전쟁 전몰자 기념석 정도가 있을 뿐이며, 학교 차원에서 현대사 관련 자료를 정리하거나 기념 사업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는 먼저 올해 6월 항쟁 20주년을 기념해 ‘민주화의 길’을 만든다. 서울대 관계자는 “고(故) 박종철(종교학과 84학번)씨 등 수 많은 선배들이 민주주의를 외치다 희생됐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며 “희생자의 업적과 당시 상황을 정리하는 자료 등으로 길을 꾸밀 계획”이라고 말했다. 1987년 1월 발생한 경찰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

민주화의 길 등을 조성키로 한 데는 서울대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의 제안이 크게 작용했다. 민교협 회장 조흥식 교수(사회복지학)는 “이장무 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현대사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민주화의 길 조성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한국전쟁과 4ㆍ19혁명에 참여했던 이들을 기리기 위한 ‘4ㆍ19 혁명의 길’ ‘한국 전쟁의 길’을 별도로 만든다. 이와 함께 서울대를 빛낸 ‘자랑스런 서울대인 길’도 조성키로 했다.

서울대는 중앙도서관을 중심으로 학내 구성원의 발길이 잦은 길 4곳을 ‘민주화의 길’ 등의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특히 각 길마다 교수, 학생, 졸업생, 민교협, 4.19혁명 동지회 등 관련 단체 인사들이 참여하는 조성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위원회는 해당 길의 주제를 선정하고 기념할 대상자를 정하는 한편 역사 자료 정리 등을 맡게 된다.

서울대는 이번 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민주화의 길’ 등을 학생들이 현대사를 체험하는 학습의 장으로 이용케 하는 동시에 서울대인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4ㆍ19혁명 기념탑을 빼고는 학내에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절대 부족하다”며 “학생들이 자신을 희생하고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된 선배들을 기리면서 한국 현대사를 공부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와 함께 단과대나 연구소 주변 길도 해당 단과대나 연구소 출신으로 큰 업적을 쌓은 인물의 기념로로 만들기로 했다. 세계적인 육종학자인 농생대의 고 우장춘 박사 등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인물을 추천하면 본부가 길을 조성한다.

학교 관계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길 이름 공모 등을 통해 학내 구성원의 의견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며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건물과 길에 대해서도 ‘벚꽃 길’처럼 각각의 이름을 붙이는 식으로 ‘주소 ’를 정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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