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좋은 직장 대신 좋은 남편을 서둘러 구하려는 지훈주(急婚族)의 열기로 중국 전역이 뜨겁다.
중국 신문들은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서 28일 열린 한 미혼남녀 맞선 행사 소식과 대학 3, 4년 여대생들이 일찌감치 남편 구하기에 발벗고 나서는 풍조를 전했다.
항저우의 한 결혼정보업체가 마련한 이날 상친회(相親會)에 참석한 여성 1,000여 명 중 15%를 차지하는 ‘주력부대’는 대학 3, 4학년 여대생이었다. 대학원 재학 여학생도 많았고 심지어 대학 1, 2학년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올 8월 졸업하는 여성 대졸자들은 한창 직장을 구하는 시즌이지만 취업박람회 대신 맞선장을 찾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저장대학 4학년 류(柳)모양은 “안정된 직장, 차와 집이 있는 배필을 찾는다”며 “나이는 제한이 없지만 나보다 3살에서 8살 정도 많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류양은 현재 직장을 못 구한 상태이다.
맞선 모임에 참가하는 지훈주들은 4가지를 갖고 있는 4유(有) 남성 배필을 찾는다. 4유란 돈, 부동산(아파트), 자가용, 대졸이상의 학력을 가졌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여성은 4유 중 학력 조건을 가장 가볍게 여길 정도로 경제력을 중시한다.
이런 풍조는 최근 몇 년 사이 대졸자 취업난이 워낙 심각하고, 취업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생겨났다. 여대생들 사이에 “공부 잘하는 것 보다 시집 잘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결혼을 ‘우회취업’ 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
지훈주가 급증하면서 결혼정보회사들이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행사를 주관한 결혼정보회사 관계자는 “여대생들은 공개적으로 배우자를 찾는데 거침이 없다”며 “결혼정보회사가 옛날의 중매쟁이처럼 보편화된 결혼 중개 방식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이날 미혼남녀 2,000여명이 참석한 행사를 주관한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매월 한 차례 이 같은 모임을 통해 3만 명의 맞선을 주선했다.
최근 중국 언론은 봄을 맞아 이뤄지는 전국 갖지 대형 맞선 행사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일부 중개업체는 2만 위안(240만원) 이상의 고액 참가비를 낼 수 있는 미혼 남녀들을 엄선, 미국으로 함께 여행하면서 배우자를 고르는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등 ‘특별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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