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중국계 고교생이 작문과제로 쓴 에세이에서 폭력과 관련한 불안감을 조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체포, 기소돼 버지니아공대 참사를 의식한 과잉조치가 아니냐는 논란을 빚고 있다.
26일 시카고트리뷴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캐리 경찰 당국은 25일 이 지역 케리_글로브 고교에 재학중인 중국계 학생 앨런 리(18)를 경범죄에 해당하는 치안문란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 캐리 경찰국의 론 델레리오 국장은 “학교와 관련해서는 매우 예민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리의 에세이는 담당 교사와 학교 당국, 경찰에 불안감을 조성했다”며 기소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역 교육위원회의 질 호크 교육감도 “리의 에세이는 특정 인물이나 지역, 날짜를 구체화하지는 않았으나 분명히 불안감을 조성할 만했다”며 경찰 편에 섰다.
경찰과 학교 측은 리의 에세이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교내에서 총격사건이 벌어지는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기소는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 사건이 발생한 뒤 2주가 채 되지 않은 시점이라는 점, 리가 아시아계이면서 전과목 A를 받는 우등생으로 교칙위반 등의 문제를 일으킨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 등과 맞물려 학교 당국과 경찰의 대응이 지나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30년 전 중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캐리에서 16년간 거주해온 리의 아버지 알버트 리씨는 “버지니아공대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지만 숙제로 써간 에세이 때문에 기소된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며 “아들이 지난해에 이 에세이를 썼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미 민권자유연합 일리노이지부 측은도 “숙제로 써온 에세이를 인터넷에 올린 것이 아니라, 교사에게 제출했는데 기소가 이뤄졌다는 것은 정말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 학교 학생들 역시 “그는 똑똑하고 좋은 운동선수로 학교측이 너무 심한 조치를 한 것”이라며 리에 대한 지지시위와 서명 운동을 펴고 있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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