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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상영 부부의 맛이야기] 내맘대로 김밥과 월남 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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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상영 부부의 맛이야기] 내맘대로 김밥과 월남 쌈

입력
2007.04.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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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간의 관계가 지인(知人)에서 친구로 발전하게 되는 계기는 뭘까.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듯, 또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듯 그냥 자연스러운 하나의 현상일까.

몇 해 전 친한 사진 작가의 스튜디오 오픈 관계로 나도 덩달아 바빴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이분도 처음에는 일 때문에 알게 됐지만 계절이 몇 차례 바뀌면서 동창(同窓) 못지않은 친한 사이가 돼버렸다. 그래서 이분의 새 보금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우리 부부가 오픈 음식과 스튜디오 스타일링을 맡기로 했던 것이다.

음식이며 꽃이며 어떤 분위기로 손님들을 맞을지 고민에 빠져 있던 중 금세 스튜디오 오픈 당일이 됐다. 성황리에 오픈식을 마칠 무렵, 참 곱고 예쁘게 생긴 한 여성이 뒤늦게 오픈을 축하하러 왔다. 음식도 부족하고 세트도 거의 철수한 상황이어서 노다씨는 미안한 마음에 즉석에서 몇 가지 요리를 새로 준비했다.

이것은 또 다른 인연의 출발점이 됐다. 인테리어를 하다 뜻한 바가 있어 한의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천연 화장품과 천연 비누를 만드는 일을 하는 이분. 우리 부부와 일로 연결돼 있는 것도 아니고 관심사가 비슷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리만큼 가족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골목 하나 사이로 집이 있던 것이 인연이라면 인연이었을까.

우리 부부는 싱글인 그녀에게 밥 한 끼라도 더 챙겨 주려고 가끔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함께 했다. 하루는 우리 부부에게 항상 얻어먹는 것이 미안하다며 조촐하게 친한 지인들만 불러 집에서 식사라도 하자는 제안을 그녀가 해 왔다. 그래서 나는 “음식을 조금 해 가겠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괜찮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나는 여자 혼자 사는 좁은 집에서 10여 명분의 음식을 어떻게 준비할 것이며 또 어떻게 손님이 다 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일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그 집에 들어서는 순간 무릎을 치게 하는 세팅법을 발견했으니, 그것은 바로 손님들이 만들어 먹는 즉석 요리였다.

쉽고 빠르게 준비하기 위해 첫 번째로 선보인 것은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월남 쌈이었다. 파프리카, 버섯, 새우, 양상추, 숙주 등을 가볍게 손질해 그릇에 예쁘게 올리고, 한쪽에는 월남 쌈을 살짝 데칠 수 있는 끓는 물을 준비했다. 그리고 두어가지 소스를 같이 내어 원하는 채소와 소스를 직접 싸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뭐, 이 정도는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그저 귀찮아서 안 하는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김밥을 준비한 그에게 실로 나는 박수를 보냈다.

일단 김밥에 들어가는 속 재료를 깨끗하게 손질해 준비한다. 단무지와 맛살은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하고 오이며 당근 등은 살짝 볶는다. 거기에 계란 지단을 여러 장 부쳐 먹기 좋게 잘라 갖가지 재료와 함께 올려놓는다. 밥은 참기름 몇 방울과 깨소금, 소금을 살짝 뿌려 비벼 놓고 조미된 김을 평소 먹듯이 잘라 올리면 모든 준비 끝.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그녀로서는 최선으로 요리를 장만하고 손님들 또한 음식만 ‘황송하게’ 받아먹는 민망한 상황을 미리 피할 수 있는 훌륭한 아이디어 요리였다. 음식의 맛도 준비한 이의 정성이 묻어나서인지 직접 만들어 먹어서 인지는 몰라도 만족스럽게 느껴졌다. 월남 쌈을 위해 준비한 재료를 김밥에 넣어 신선하고 아삭아삭한 맛을 볼 수 있었고 반대로 김밥 재료를 넣은 월남 쌈도 새로웠다.

혹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창의력 개발을 위해 요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그렇지만 어른이 되고 난 지금의 우리에게도 이런 방법은 신선한 충격이 되고, 또 새로운 발상의 근원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세상에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있고, 내가 잘하는 일이 있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다지만, 이분을 보면 ‘세상은 넓고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낸 것 같아 참 뿌듯했다.

하기 힘든 일을 조금의 지혜를 보태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은 그녀만이 가진 마법과 같은 힘인 것 같다. 나도 가끔 친구들을 불러 밥 한 끼를 하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아 큰 맘에 또 큰 맘을 먹은 후에야 움직이는데 세상은 참 마음먹기 나름인가보다. 날씨는 좋고 몸은 나른하고 만사가 귀찮을 때, 나는 그때의 ‘제멋대로 김밥과 월남 쌈’을 떠올리며 힘을 받는다.

월남 쌈

● 재료

라이스 페이퍼 1팩, 양상추 5장, 아보카도 1개, 오이 1개, 숙주 80g, 새송이 3~4개, 청양고추 2개, 미소참깨 소스(일본된장, 설탕·물엿·참기름 1큰술씩, 겨자 소스·간장·통깨 1작은술씩, 깨소금 2큰술, 사과 식초 3큰술), 요구르트 소스(플레인 요구르트 100g 1통, 후추 약간, 레몬 식초,·다진 마늘 2큰술씩, 꿀 1큰술)

● 야채 손질하기

각종 야채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가지런히 접시에 담고 이때 숙주나물도 날것으로 씻어서 함께 담는다.

● 소스 만들기

각각의 소스재료를 잘 섞어 소스그릇에 담아낸다.

● 라이스 페이퍼 불리기

라이스 페이퍼는 뜨거운 물에 한 장씩 살짝 담가 부드러워지면 건져 물기를 빼 펼친다.

잠깐만 담갔다 빼는 형식으로 해야 라이스 페이퍼의 쫄깃한 맛을 살릴 수 있다.

● 월남 쌈 싸기

모든 준비된 재료를 라이스 페이퍼에 골고루 넣고 싼 뒤 소스를 찍어 먹는다.

내맘대로 김밥

● 재료

단무지 2분의1개, 당근 1개, 오이 1개, 맛살 5줄기, 우엉 2분의1개, 조미김 10장, 밥 5공기, 참기름 1큰술, 깨소금 3큰술, 소금 조금

● 밑재료 준비하기

조미김은 평소 자르듯이 1장을 6등분에서 8등분 정도로 손질한다.

단무지와 맛살은 김의 길이에 맞게 썰어 놓는다.

당근, 오이, 우엉은 깨끗이 씻어 채를 썬 뒤 김 길이에 맞춰 자른다.

올리브유를 조금 두른 프라이팬에 물기를 제거하는 느낌으로 살짝 볶는다. 여기에 우엉은 간장과 물엿으로 살짝 간 해 더 볶아준다.

● 밥 준비하기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을 큰 볼에 넣어 소금,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살살 비벼준다.

● 김밥말기

김 위에 밥을 올리고 각자 식성에 맞는 재료를 넣어 싸 먹는다.

김상영 푸드스타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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