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6일 아침 서울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열린 캠프 회의에서 “재보선 결과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하자”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약이 될 것이지만, 적당히 넘어가서 될 일이 아니다”는 말도 했다. 오전 내내 사무실에 머물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오후에야 지인들과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나섰다.
이 전 시장은 이번 선거 참패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경선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사무실의 여의도 이전을 미룬 것도 그래서다. 정두언 의원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것이 이 전 시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전 시장은 당분간 공식 일정 없이 숙고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캠프 관계자는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주 초 정도까지 며칠 갈 것이라고 한다. 특히 경선 경쟁은 한동안 자제할 계획이다. 대신 성찰의 시간 뒤에는 민심의 바다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이다.
박형준 의원은 “민심과 당심이 있다면 민심에 더 유의하고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행보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좀 더 ‘이명박 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이 전 시장이 “말을 조심하라 해서 몇 달 조심했더니 이명박도, 뭐도 아닌 사람이 됐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아울러 당의 쇄신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당의 실질적 변화를 위한 프로그램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뜻이다.
이 전 시장 주변에서는 “대안 없는 지도부 사퇴는 바람직 하지 않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더 큰 분란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세다. 일부는 후보중심의 수습을 위해 조기에 경선국면으로 진입하는 게 낫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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