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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 흑사파의 '가리봉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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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볜 흑사파의 '가리봉 잔혹사'

입력
2007.04.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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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이나 도끼를 휘두르며 유흥업소에서 `공짜 술'을 얻어먹고 돈을 뜯어내는 등 1970∼80년대 국내 조폭을 닮은 ‘조선족 조폭’이 붙잡혔다.

중국의 거대 폭력조직 ‘흑사회’ 행동대장 출신인 양모(38)씨는 2001년 7월 부산항을 통해 밀입국했다. 양씨는 2005년 7월 옌볜(延邊)에서 건너온 중국동포 폭력배 31명을 모아 흑사회를 모방한 ‘옌볜 흑사파’를 결성하고 중국동포 밀집지역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차이나타운’ 장악에 나섰다.

이들은 흑사회처럼 칼을 등에, 도끼는 다리에 차고 다니면서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돈을 뜯어내고 일대의 군소 경쟁조직을 제압하는 등 조직을 키워나갔다.

이들의 활동방식은 잔인하고 야비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 등은 지난해 12월 25일 상대 조직원 김모(46)씨를 납치해 칼로 찌르고 폭행, 장애5급의 불구로 만드는 등 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흉기를 휘둘렀다. 이들은 납치한 김씨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100만원을 빼앗는 등 지난해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유흥업소들을 상대로 10차례에 걸쳐 25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차이나타운 내 불법 유흥업주와 불법체류 여성 도우미 등의 약점을 이용, 위력을 과시해 ‘공짜 술’을 얻어먹고 다녔다. 중국에서 불법 마작 게임기를 들여와 마작방을 운영하며 돈을 딴 사람들을 협박해 다시 가로채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도 못했다. 차이나타운의 한 노래방 업주는 “신고해서 중국으로 추방돼도 이름을 바꾸는 등 호적을 세탁한 뒤 다시 돌아올 게 뻔해 아무 말도 못했다”며 “안전을 위해 방탄복을 입고 영업했다”고 말했다.

가리봉동 일대를 장악한 이들은 강남의 국내 조직에 손을 뻗쳐 세력 확장을 도모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범죄단체를 결성, 상습적으로 폭행과 갈취 등을 일삼은 혐의로 양씨 등 7명을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드러난 피해액은 250여만원에 불과하지만 피해자들이 보복 때문에 신고를 극히 꺼린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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