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옷 보다 구두에 먼저 온다. 봄볕이 따뜻하게 느껴지기 무섭게 발가락은 자연의 바람을 원하기 때문이다. 여름 한 철 스타일도 살리고 발도 시원하게 유지해주는 샌들이 아쉬운 시기. 멋 좀 아는 당신이라면 지금 ??지힐과 플랫폼 슈즈에 주목해야 한다.
올 여름 샌들 쇼핑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굽’이다. 여름 샌들의 색상이 갈수록 화려하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언제나 굽 보다는 발등을 덮는 부분의 장식에 초점이 맞춰졌었다. 그러나 올해는 주객이 전도된 상태. 한마디로 ‘예술’의 경지에 오른 다채로운 굽 디자인이 시선을 잡아 끈다.
웨지(wedge)힐이 멋지다
가장 대표적인 스타일은 웨지힐이다. 웨지힐은 간단히 말하면 신발 밑창과 굽 부분이 통으로 연결된 디자인을 말한다. 1940년대 이탈리아의 구두장인(匠人)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처음 개발한 뒤 유행과 쇠퇴를 번복했지만 이번 봄여름엔 사상 유래 없는 인기를 누릴 전망이다. 구치, 마이클 코어스, 크리스찬 라크르와, 샤넬, 겐조 등 유명 해외디자이너 브랜드와 구호, 타임 등 국내 브랜드가 2007S/S컬렉션에 다투어 내놓았고, 중저가 브랜드를 주로 소개하는 옥션이나 G마켓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웨지힐의 급격한 부상은 무엇보다 독특한 굽의 디자인에서 나온다. 디자이너들은 통자로 연결된 굽을 화폭 삼아, 혹은 건축 구조물 삼아 꽃그림을 그려넣고 투명 로고 모양대로 구멍을 뚫어 거대한 건축물의 미니어처처럼 표현하고 투명 아크릴과 원색을 배색해서 색면회화 처럼 꾸미는 등 아트 감각을 물씬 풍긴다.
디자인 외에 구두 굽의 소재도 놀라울만큼 다양해졌다. 원목을 그대로 깎아서 댄 것이 있는가 하면 투명 아크릴이나 PVC, 천을 덧댄 것, 코르크를 꽉 채워 만든 것 등 굽의 소재도 각양각색이다. 김보선 금강제화 여화 디자이너는 “구두의 앞부분은 미니멀리즘 트렌드에 맞춰 장식을 최소화하면서 대신 구두의 굽 부분에 다양한 디자인적 시도를 한 이색적인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미니멀리즘의 단조로움을 커버하고자 하는 여성심리를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웨지힐과 함께 플랫폼(platform) 샌들도 인기 품목으로 주목받는다. 플랫폼은 굽은 물론 구두 앞쪽 밑창도 높게 만들어 전체적으로 발이 공중에 떠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품목이다. 아찔한 하이힐의 매력에 빠졌으되, 발이 거의 수직으로 곧추세워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플랫폼은 키를 커보이게 하면서도 발은 비교적 낮은 단화를 신은 것처럼 부담이 덜하다.
기본적으로 웨지힐과 플랫폼의 인기는 2007년 봄여름을 휩쓸고 있는 1960년대 스타일에 대한 오마주이다. 조명숙 패션칼럼니스트는 “미니스커트라는 패션 역사상 가장 유명한 아이템을 탄생시킨 1960년대 스타일은 구두에서는 굽 높은 플랫폼이나 웨지힐로 표현된다”며 “스타일링을 완성하는 데 있어서 옷 보다 액세서리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시대 상황도 이전의 샌들과는 선명하게 차별되는 독특한 굽 디자인을 선호하게 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높거나, 아주 낮거나
웨지힐과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올해 샌들의 굽은 ‘아주 높거나,아주 낮은’ 것으로 극적으로 나뉜다. 의학 관계자들은 발목 건강에 좋기로는 3cm정도의 낮은 굽이 좋다고 하지만 유행은 보건상식을 압도한다. 장혜정 샤넬 홍보담당자는 “높이만 13cm에 이르는 울트라 하이힐이거나 1cm 남짓의 아주 낮은 플랫 슈즈 스타일이 대세”라고 말한다.
웨지힐이나 플랫폼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미래주의 패션 트렌드에 맞춰 골드와 실버 계열의 샌들을 구입하거나 형광색의 가죽 샌들도 권할 만 하다. 김보선씨는 “유행을 선도하는 제품군은 아무래도 하이힐이거나 플랫슈즈 이지만 대중적인 브랜드에서는 여전히 4~5cm정도의 중간급이 많이 팔린다”면서 “대신 반짝이는 페이턴트나 실버 골드 등 사이버 색상의 샌들을 고르는 것도 적당히 유행감각을 자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페이턴트는 니스의 일종을 가죽 표면에 칠한 것으로 가죽의 손상이 적으면서 방수효과도 있고 무엇보다 반짝이는 광택이 살아나 미니멀리즘 트렌드에 안성맞춤이다.
발목 부상 위험은 옥의 티
웨지힐이나 플랫폼 슈즈를 신을 때는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것이 발목 부상이다. 웨지힐의 경우 굽과 신발 밑창이 일자로 연결돼있다 보니 아무래도 구두 차제의 유연성이 떨어진다. 또 무게도 상당하다. 장혜정씨는 “부피가 있는 만큼 무게도 상당하기 때문에 발의 피로도가 더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플래폼 슈즈는 굽과 밑창은 따로 떨어져 있지만 대신 발의 앞부위도 높이 떠있는 만큼 요철이 있는 보도를 걸을 때 넘어지지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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