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시장은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행정도시를 막겠다’고 말한 분으로 대전 시민들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합동유세를 한다는 것은 표를 떨어뜨리자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6일 재보선 참패 원인을 두고 측근들과 회의를 가지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시장과 대전 보궐선거 합동 유세를 하지 않은 것이 선거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한 반박이자, 대전 보선에 전력 투구했지만 패배한 것에 대한 해명의 성격이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그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날 박 전 대표의 발언은 한선교 대변인 명의의 논평으로 발표됐다.
박 전 대표의 언급은 재보선 패배를 둘러싼 책임론 공방에서도 이 전 시장과의 맞대응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고, 27일로 잡혀 있던 당원 간담회 역시 취소했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장고에 들어간 것 같다”며 “박 전 대표의 성격상 쉽게 결론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표측은 4월 재보선을 계기로 이 전 시장 추격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당이 재보선에서 참패했고, 결국 이 같은 전략을 손봐야 할 상황이다.
캠프 내에서는 세 몰이로 비쳐지는 행보나 이 전 시장측과 과도하게 대립각을 세우는 발언 등은 당분간은 자제하자는 주장도 있다. 최경환 의원은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요구하는 겸손과 깨끗함을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뒤쫓는 입장에서 이 같은 전략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