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꿈을 키우던 고교생이 집에서 화학실험을 하다 폭발사고를 일으켜 중화상을 입었다.
서울 성북구 K고 1학년 백모(17)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화학실험이 취미였다. 25일 오후 5시께 수업을 마치고 성북구 삼선동 단독주택으로 귀가한 백군은 인과 과염산칼륨 액체를 혼합하는 실험에 열중했다. 인과 과염산칼륨이 화약 제조에 쓰이는 위험물질이라는 점이 백군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날 오후 7시께 아들이 학원에 갈 시간이 됐는데도 방에서 나오지 않자 어머니 김모(46)씨는 “그만 나오라”며 아들을 재촉했다. 한 달째 실험에 몰두하는 아들이 걱정스럽긴 했지만 과학적 호기심이 남다른 탓이려니 여겨 문을 닫고 나왔다.
그런데 오후 7시20분께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백군의 방에서 치솟았다. 불은 백군의 방과 집기류 등을 태워 600만원의 재산피해를 냈고, 화마에 휩싸인 백군은 전신 3도의 중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하다. 백군은 구급차에서 “평소 화학실험을 좋아해 인과 과염산칼륨을 섞어봤다”고 말했다.
성북소방서 화재조사팀 조용택 주임은 “인과 과염산칼륨은 5g의 극소량만 섞어 조금만 흔들어도 바로 폭발하는 매우 위험한 화약”이라며 “과학소년이 이런 내용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호기심이 부른 참사인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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