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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담합' 조사 석연찮은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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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담합' 조사 석연찮은 종결

입력
2007.04.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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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in the United States and elsewhere) D램 가격을 담합했다." (미 법무부와 업체간의 공식 합의서 내용)

"문서의 'elsewhere'라는 뜻은 담합지역이 아니라,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담합회의를 열었다는 단순한 '회의장소'를 의미한다." (혐의를 부인하는 담합 가담 업체들)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 4개사의 반도체 D램가격 담합 사건에 대해 '증거부족'을 이유로 심의를 종료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담합에 가담한 한 업체의 자진 신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의 담합여부와 미국 내 담합이 국내 가격형성에 미친 영향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정한 것이다.

D램 담합사건은 2005년 미국에서 4개 기업의 담합 혐의가 적발돼 삼성전자, 하이닉스에게 각각 3억 달러, 1억8,500만 달러의 벌금이 부과됐고, 임직원들에게는 징역형까지 선고돼 유명해진 사건이다. 삼성전자의 벌금 규모는 부시 행정부에서 미 법무부가 추징한 것으로는 최대였고, 불공정거래 관련 벌금으로는 미 역사상 두 번째 규모였다.

공정위는 미국에서 사건이 적발된 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담합이 있었는지를 조사해왔다. 미 법무부 문서에는 '미국과 다른 지역에서' 담합이 있었다고 공식 명시돼 있고, 국제 담합에 가담한 한 업체는 담합사실에 대한 내용을 지난해 공정위에 자진 신고해 왔다.

조사를 진행한 공정위 실무진은 이를 바탕으로 수백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사결과 보고서까지 위원회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5일 공정거래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9명의 위원들이 오전 10부터 오후 8시까지 10시간 가까이 진행한 전원회의에서 결과는 뒤집혔다.

자진 신고가 들어왔어도 4개 업체가 IBM, 컴팩, HP, 델 등 미국업체에 제공하는 D램 값을 담합해 올린 것은 인정되지만, 국내업체인 삼보, 현주컴퓨터 등에 제공하는 D램 값을 담합했는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공정위는 자진 신고 업체의 제보 중에 삼보 등 국내업체에 제공하는 D램 값도 담합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지는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공정위는 미국시장에서의 담합으로 인해 국내시장의 D램 값에 영향을 줬는지도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공정위는 기업영업기밀 보호 측면에서 미국으로부터 협조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 법무부와 업체간 공식 합의서에 나온 문구 하나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전원회의 심판정에서 합의서에 나오는 'elsewhere'의 뜻이 담합시장이 아닌 단순한 회의장소를 뜻한다는 업체들의 주장을 뒤집지 못한 것이다.

공정위는 '심의절차 종료' 결정이 내려져도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다시 제재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실제 조사가 재개된 사례는 거의 없어 D램 가격 담합 혐의 조사는 공정위의 한계만을 드러낸 채 1년여 만에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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