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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원명 스님 "방장은 섣달 부채와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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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원명 스님 "방장은 섣달 부채와 같은 존재"

입력
2007.04.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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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인으로 살고자 했으나 대중 스님들의 뜻에 따라 섣달 부채가 된 것 같습니다.”

경남 양산 통도사의 원명(圓明ㆍ70) 스님이 영축총림 방장(方丈)으로 추대된 지 한달 만인 26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스님은 방장이라는 자리를 ‘섣달 부채’에 비유하면서 “‘천고에 자취를 감춘 학이 될지언정 삼춘(三春)에 말 잘하는 앵무새의 재주는 배우지 않겠다’는 말씀을 마음 속에 새기며 산다”고 말했다.

통도사는 해인사, 송광사와 더불어 삼보사찰(三寶寺刹)의 하나로 해인사의 가야총림, 송광사의 조계총림에 이어 1984년 선원, 율원, 강원을 모두 갖춘 총림으로 승격했다. 그러나 초대 방장 월하(月下ㆍ1915~2003) 스님이 입적한 뒤 내홍에 시달리면서 3년 3개월 간 후임 방장을 정하지 못하다가 통도사가 원명 스님을 방장으로 추대하자 조계종 중앙종회가 3월 26일 이를 인준했다.

85년 통도사 주지 소임을 받은 원명 스님은 경봉(鏡峰ㆍ1892~1982) 스님의 맏상좌로 30년 넘게 스승을 극진히 모셨으며 출가(52년) 이후 60년 가까이 통도사 산문 밖을 벗어나지 않고 수행에만 정진해왔다.

스님은 이날 방장으로서 묵묵히 소임을 수행하고 특히 말보다 행동이 앞선 삶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도 잠들기 전에 손수 걸레를 빨아 자신의 방을 닦는 스님은 “주지를 맡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마다 빗자루를 들고 도량을 청소하면 모든 대중 스님들도 함께 청소할 것”이라며 방장으로서 솔선수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스님은 총림의 운영 원칙에 대해 “대중의 화합에 힘써야 한다”며 “화합은 세속에도 필요하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기거하는 승가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스님의 정신을 이어 받아 전법도생(轉法度生) 즉 불교의 대중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에게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 등 사회 전반의 문제에 대해 물어보았다. “제가 TV와 신문을 자주 접하지 않아 세속의 일을 잘 모릅니다. 다만 사바 세계의 중생은 욕심 때문에 싸우기 때문에 욕심을 버려야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습니다. 욕심을 버리면 만사가 해결되고 모두가 편안해집니다.”

양산=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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