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의 강도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태풍 및 허리케인이 강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긴 했지만, 한반도 상륙 태풍의 강도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대 문일주 교수팀은 26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한국기상학회 봄철 학술대회에서 ‘기후 변화에 따른 한반도 상륙 태풍 강도 변화’라는 논문을 통해 “2006년 한반도 지역에서 측정된 순간 최대풍속 평균값은 1970년대에 비해 초속 14m 증가했다”고 밝혔다. 최대풍속 기록 상위권은 대부분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가는 동안 세워진 것들이다.
연구팀이 37년간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역대 순간 최대풍속 1위는 2006년 10월 23일 강원 속초에서 측정된 초속 63.7m였다. 1위부터 6위까지가 1990년 이후 발생했고, 특히 4위까지는 2000년 이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갈수록 태풍 강도가 세지고 있는 것이다.
태풍이 강해지고 있는 주 원인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의 온도 상승이다. 해수면 온도는 최근 37년간 0.02도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만 이 기간 태풍 발생 횟수는 변화가 거의 없어 그만큼 태풍이 강력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 교수는 “37년간 순간 최대풍속 값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특히 1990년대 이후 급격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금보다 더 강력한 초특급 태풍이 한반도에 자주 상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과거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들은 중국을 경유하는 탓에 강도가 약했으나, 최근엔 태평양에서 곧장 한반도로 상륙해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는 연구보고서도 나왔다.
국립기상연구소 김백조 연구팀은 ‘한반도 상륙 태풍 진로에 따른 태풍 피해 특성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1951년부터 2004년까지 55년간 발생한 50개 태풍을 진행방향에 따라 네 그룹으로 분류했다. ①서해안에 상륙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는 태풍 ②남서해안으로 들어와 동해 남부지역으로 나가는 태풍 ③중북부 지방을 가로지르는 태풍 ④남서해안에 상륙해 동해안 중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태풍 등이다. 이는 일본 도쿄의 ‘지역특별기상센터(RSMC)’가 6시간 간격으로 기록한 태풍 위치 자료를 정리한 것이다.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상륙한 뒤 최단거리로 한반도를 빠져나간 ③그룹에서는 14개 중 9개의 태풍이 1950~60년대 발생했다. 반면 ④그룹에선 17개 중 11개의 태풍이 1980~2000년대 발생했다.
요즘 태풍은 따뜻한 바닷물에서 에너지를 축적한 채 한반도로 직접 들어와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것이다. 태평양에서 한반도로 곧장 상륙해 큰 피해를 입힌 루사(2002), 매미(2003) 등이 ④그룹에 속한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 같은 태풍 진로 변화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태풍 진로에 영향을 주는 고기압의 배치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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