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역시 무서운 것인가? 아니면 민심이 미친 것인가?”. 1년 전 김덕룡, 박성범 의원의 공천장사 사태와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사건 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5ㆍ31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되는 것에 대해 ‘손호철의 정치논평: 무서운 민심? 미친 민심?“ (2006년 5월 15일자)에서 던졌던 질문이다. 그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은 민심이 미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게 만든 노무현 정부의 그간의 언행과 독선을 생각하면 민심은 역시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참패한 4ㆍ25선거
이로부터 근 1년이 지난 현재, 4ㆍ25 재ㆍ보궐선거에서 공천 돈장사 등 잇단 부패 스캔들 속에서 한나라당이 참패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나라당이 압승을 한 1년 전 지방자치선거 때에도 한나라당은 부패 등 각종 스캔들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우리는 재미있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우선 부패라는 공통점이다. 지난 번 대선자금의 차떼기 파동과 김덕룡, 박성범 공천장사 파동으로 그처럼 혼쭐이 나고도 또 다시 반복된 공천 돈장사와 후보 매수사태 등이 보여주듯이 한나라당은 애당초 부패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기대할 수 없는 정당인 것 같다.
그러나 공통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놀라운 차이점은 선거결과이다. 1년 전만 해도 그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부패에 대한 당연한 국민의 반응이다. 역시 민심은 무섭다는 것을 보여줬고 1년 전과 달리 민심이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지 않는다.
사실 사태의 심각성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1년 전 사태는 김덕룡, 박성범 등 거물급 중진들이 관계된 사건들이고 이번 사건은 거기에 비하면 피라미급들이 저지른 일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건이다. 그런데도 결과는 정반대로, 심각한 사건은 용서해서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고 경미한 사건은 심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여론이 정반대로 표변한 이유이다. 1년 전 이성을 잃었던 민심이 이제 이성을 되찾았기 때문인가? 맞다면 맞고 틀리다면 틀리다. 1년 전 민심은 노무현에 대한 증오로 이성을 잃고 한나라당의 그 모든 스캔들을 용서하고 이들에게 표를 던졌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탈당을 하고 임기 말에 이르자 노무현 변수를 무시하고 한나라당의 부패와 오만의 심판으로 돌아선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노무현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문제가 많지만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역시 무서운 민심이다.
●유감스러운 지역주의 기지개
그렇다고 ‘미친 민심?’이라는 의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것은 부패전력의 김홍업씨가 아버지의 후광 덕으로 호남에서 승리하고 충청지역당을 꿈꾸는 심대평 전 충남지사가 대전에서 승리한 것이 보여주듯이 대선이 가까워지자 또 다시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기지개를 켜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안타깝지만 예상됐던 것이다. 얼마 전 한 칼럼(‘인간중심적인 2007년 체제는 가능한가’, [프레시안], 2007년 3월 5일)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냉전적이고 반개혁적인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하려는 소위 ‘개혁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사회적 양극화 등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이 대선에서 희망을 가져볼 수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망국적인 지역주의이다.
지금은 죽을 쑤고 있지만 범여권 후보가 뜨면 호남은 그를 지지할 것이고 거기에다 충청을 묶는 신DJP 연합을 만들면 범여권도 희망이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선거는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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