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1차투표에서 3위를 해 결선 진출에 실패한 중도파 프랑수아 바이루(55) 프랑스민주동맹(UDF) 당수가 결선투표에 진출한 두 후보 가운데 누구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이루가 얻었던 680만표를 놓고 열띤 구애작전을 폈던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 측에는 비상이 걸렸다.
바이루 당수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선에 진출한 사르코지와 루아얄 모두 프랑스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다음달 6일 치러지는 결선투표에서 누구에게 표를 던질지에 대해 어떤 지침도 내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좌파와 우파 사이를 오가며 몸값을 높여온 바이루는 “나를 지지해준 프랑스인들은 결선투표에서 누구를 지지할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자유시민들이고, 나 자신도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면서 “6월 실시되는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 민주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박 취미가 있는 사르코지는 재계ㆍ언론계 등 권력과 가까워 전례 없이 권력을 집중시킬 것”이라며 “부자에게 유리한 정책으로 사회 갈등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루아얄에 대해선 “민주주의와 사회 구조에 사르코지보다 더 주의를 기울이긴 하지만 그의 정책은 국가 개입으로 가득하다”면서 “이는 프랑스에 필요한 조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선을 열흘 앞둔 사르코지와 루아얄에게 바이루의 지지는 절박하다. 바이루가 얻은 680만표가 엘리제궁 입성에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4일 공개된 조사에서 루아얄은 지지도 49%로 사르코지를 2%포인트 차로 바짝 뒤쫓고 있어 킹 메이커로서의 바이루 입지는 한층 넓어진 상황이다.
바이루가 사르코지는 협박취미가 있는 인물이라고 말한 것은 그가 바이루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썼기 때문이다. 당근은 각료 자리 몇 개를 주고, 6월 총선에서 우파후보를 내지 않는 식으로 중도파에 60석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지하지 않으면 중도파가 재선을 노리는 27개 지역에 경쟁후보를 세우겠다고 위협했다. 중도파가 우파에 맞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십분 이용한 제안이다.
반면 루아얄은 “제도개혁, 교육, 실업 문제에 대한 정책 연대가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 보다 개방적으로 바이루의 ‘표심’에 접근했다. 그러나 바이루의 ‘독립선언’으로 두 후보 모두 결선전략을 새로 세워야 하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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