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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에베레스트/ 제4信- 베이스캠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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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에베레스트/ 제4信- 베이스캠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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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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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정상'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 한국 에베레스트 등정 30주년을 기념, 박영석 원정대가 한국인 최초로 남서벽에 코리안 루트를 뚫는 것이다. 한국 산악사에 또 하나의 신기원을 세울 힘찬 도전에 본지 이성원 조영호 기자가 동행, 투혼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해발 5,360m 베이스캠프의 한밤 기온은 영하 7~8도. 텐트 위로 엄습하는 빙하의 냉기에 맞설 난방은 오직 체온 뿐이다. 대원들은 침낭 속에서 제 몸으로 스스로를 덥혀 잠을 청한다. 수통에 뜨거운 물을 받아 침낭 속에 넣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텐트 안에 누워 정적과 마주하다 보면 갑자기 ‘우르르 쾅쾅’ 굉음이 들린다. 바로 옆 깎아지른 벼랑에서 돌 굴러 떨어지는 소리다. 처음에는 깜짝깜짝 놀랐지만 낙석 소리에 금세 익숙해지고 이제는 그 소리의 경중으로 ‘몸뚱이 만한 돌이 떨어졌는지, 텐트 만한 바위가 굴러 내려왔는지’ 떨어진 돌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하루는 낙석 소리가 꽤나 크게 들려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미니 두 마리의 들짐승이 날렵하게 텐트 옆 벼랑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초록이 사라진 베이스캠프가 있는 고도 이상에서는 까마귀 등 날짐승이나 볼 수 있지 들짐승을 보기는 매우 드문 일이다. 함께 지켜보던 셰르파가 ‘아이스 레오파드’라고 일러준다.

5,000m 이상에서만 살며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동물이다. 셰르파는 “등정에 앞서 행운을 가져다 주는 길조”라며 웃었다. 베이스캠프에 오른 이래 계속 눈이 내리고 날씨가 흐려 다소 의기소침했던 대원들의 얼굴이 모처럼 환해진다.

베이스캠프가 서 있는 곳은 에베레스트와 눕체 봉우리를 휘돌아 흐르는 얼음 강물인 쿰부 빙하 위. 주변은 거대한 빙하가 훑고 간 모레인 지형으로 채석장을 방불케 하는 돌밭이다. 빙하의 표면도 깨진 돌로 가득 덮여 있고, 각 원정대들은 그 위에 텐트를 치고 정상공격을 준비한다.

해발 5,360m의 베이스캠프에서의 산소량은 해수면의 절반 수준이다. 고소 적응이 안되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이 차다. 해발 8,000m 이상에서는 대기중 산소의 양이 해수면의 3분의 1로 뚝 떨어진다. 만일 고도와 상관없이 산소량이 일정하다면 에베레스트 등정은 훨씬 빨라졌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것이다. 박영석 대장은 1993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때 겪었던 절대절명의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해발 8,751m의 에베레스트 남봉 밑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눈앞의 설원이 노랗게 바래더니, 빨갛게 됐다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바뀌었다. 산소 부족으로 인한 설맹(雪盲) 증상이었다. 즉시 멈춰 서서 심호흡을 크게 반복하며 위기를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부족한 것은 산소 뿐이 아니다. 식수는 바닥인 빙하를 파서 길어 올린다. 베이스캠프 곳곳 빙하 표면이 드러난 웅덩이 모양의 얼음이 수원지다. 수만 년 전의 얼음 물이라 청정하다고 할 수 있으나 각 텐트에서 쏟아내는 소변, 설거지물 등 오폐수들이 흘러 들어 간혹 대원들 배탈의 원인이 되곤 한다.

베이스캠프로 실어 나른 물자의 상당 부분은 식량이다. 베이스캠프에서 대원들의 힘을 키우고, 적적한 마음을 달래는 것이 바로 맛난 음식이기에 원정대는 결코 식량에 소홀할 수 없다. 식단은 현지인 요리사가 밥과 따뜻한 국, 계란 프라이, 젓갈, 무생채, 김치 등 대원의 토속적인 입맛에 맞춰 준비해준다.

때로는 아이스박스로 포장돼 공수해온 동태찌개가 떨어진 식욕을 돋우기도 하고, 루크라에서 올라온 야크와 돼지고기가 단백질을 보충해준다. 베이스캠프에 있는 한국의 다른 원정대는 ‘홍어회’를 공수해오는 저력(?)을 보여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산에서 먹을 수 있는 요리의 가짓수는 등산의 기술, 장비만큼이나 빠른 발전을 보여주지만 이것도 베이스캠프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이스폴 너머 해발 6,000m 이상의 공격캠프에서는 먹는 것도 쉽지 않다. 전진베이스캠프(ABC)인 C2까지는 연료를 이용해 밥을 해 먹을 수 있지만, 해발 7,000m에 설치하는 C3 부터는 컵라면이나 건조밥에 참치와 고등어 캔으로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고소로 잃은 입맛은 과일캔으로 달랜다.

삭막한 베이스캠프에 누워 있으면 저 아래 묵었던 카트만두의 호텔이 눈에 아른거리지만, 공격캠프에서 밤을 지새운 사람에게는 베이스캠프도 애타게 기다려온 천국이다. C2, C3 구축을 마치고 베이스캠프로 복귀한 정찬일(27) 대원은 “아이스폴을 내려오다 멀리 베이스캠프의 우리 텐트가 보이기 시작하면 고향에 온 듯 마음이 훈훈해 진다”고 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글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사진 조영호기자 voldo@hk.co.kr

■ 남선우의 에베레스트를 말한다/ 30년간 76명 등정 한국산악인의 기개

1977년 9월 15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태극기가 휘날렸다. 대한산악연맹 원정대(대장 김영도)의 고상돈 대원과 펨바 셰르파가 지구 꼭지점 위에 우뚝 선 것이다.

이 등정은 1972년 마나슬루(8,156m)에서 15명의 목숨을 잃었던 한국 산악계의 자존심을 일거에 회복시켜 주었고, 끊임없는 외침과 분단의 역사를 살아온 국민들에게 민족적 자긍심까지 안겨주었다. 1970년에야 히말라야에 진출한 한국은 이로써 세계에서 8번째로 에베레스트 등정국 대열에 올랐다.

이듬해 고상돈이 알래스카 매킨리(6,194m)에서 조난 당하자 ‘제2의 고상돈’을 꿈꾸는 산사나이들이 줄지어 에베레스트에 출사표를 던진다. 84년 겨울철에 양정산악회가 그 선두에 나섰고, 85년 겨울에는 3개 원정대가 남동릉, 서릉, 남서벽 등 각기 다른 루트로 도전장을 냈다. 결과는 모두 좌절이었다. 영하 40도의 혹한과 살인적인 강풍을 이겨내야만 하는 겨울철 등반은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다.

그런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것은 허영호였다. 그는 86년 한차례 고배를 마신 후, 87년 12월 22일 세계에서 세 번째로 겨울철 등정에 성공했다. 10년 만에 재현된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허영호는 국내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으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듬해인 88년, 대한산악연맹의 서울올림픽 기념 원정에서 장봉완, 남선우, 엄홍길, 김창선, 정승권, 장병호 등 6명의 대원이 등정하는 큰 성과를 올렸다. 89년에는 지방 단일팀 최초로 마산산악동지회의 조광제가, 90년에는 한일합동원정대의 복진영, 김재수, 박창우가 개가를 올렸다.

영국의 에베레스트 초등정 40주년이 되는 93년에는 한국원정대가 네 팀이나 몰리면서 여러 기록이 쏟아졌다. 여성원정대의 지현옥(99년 안나푸르나에서 사망), 최오순, 김순주 등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여성 등정에 성공했고, 동국대의 박영석은 무산소로 정상에 오르면서 그의 첫 번째 8,000m급 등정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여기에 허영호는 티베트에서 정상을 경유 네팔 쪽으로 하산하는 모험을 성공시켜 세계 산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95년에는 그동안 여섯 번의 실패를 안겨준 난공불락의 남서벽 루트로 경남산악연맹의 김영태, 박정헌이 올라 한국 산악계의 숙원을 풀어 주었다. 이어서 96년 조선대가 남동릉으로, 97년에는 경북산악연맹이 북릉으로 오름으로써 한국은 총 29명의 등정자를 내며 20세기를 마감한다.

2000년대에 들자 에베레스트를 찾는 각국 원정대가 더욱 늘었다. 여기에 1인당 2만~3만 달러를 받고 정상까지 가이드하는 상업등반대가 성황을 이루고, 인공위성으로 정확한 기상예측이 가능해지면서 매년 대규모 등정이 이어지고 있다.

유일무이한 높이를 향한 한국 산악인의 도전행렬도 이에 못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모두 55개 원정대 609명이 참가해 76명이 등정의 영광을 안았다. 불과 30년 만에 세계 91개국 중에서 아홉 번째로 많은 등정자를 배출한 것이다. 좁고 낮은 국토를 초월하려는 산악인들의 열정과 국민적 공감이 한 데 어우러져 이룩한 쾌거다.

월간 마운틴 발행인[88년 에베레스트 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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