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웰 벨 주한 미군사령관이 24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을 재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나섰다.
벨 사령관은 이날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 출석, 미리 제출한 서면자료를 통해 “한국이 더 공평한 부담을 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기지 재배치 계획 재검토를 포함해 미국 정부에 정부회계상의 조치를 건의해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벨 사령관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주한미군 재배치를 연계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3월 7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했었다.
주한미군 재배치 카드가 등장한 것은 2012년 4월 17일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에 합의한 이후 양국간 군사현안에서 미측의 입장이 공세적으로 전환됐음을 반영한다.
주한미군 재배치의 골간인 평택기지로의 주한미군 이전은 실은 미측이 한국에 조기 완료를 다그치던 사안이었다. 그런데 이제 미측이 재배치 계획 재검토를 언급하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평택기지 이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음을 위협하고 나선 것은 평택기지 이전과 관련된 양국의 이해관계가 역전됐음을 의미한다.
한국으로서는 시기적으로 평택기지 이전과 전시작전권 전환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이 계획이 지연된다는 것은 명분으로나, 실리로나 그에 따른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미측은 자신들이 주장하던 2009년 전시작전권 전환이 물 건너 간 상황에서 더 이상 급할 것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벨 사령관이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이 전역미사일방어(TMD)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최신 패트리어트미사일인 PAC-3의 구입을 한국에 촉구한 것도 전시작전권 전환을 준비해야 하는 한국이 무기체계 등에서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미측은 이제 목표시점이 정해진 전시작전권 전환을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하고 있는 것이고 이런 공세는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미측의 태도에 대해 한국측은 “양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발언”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군측에 문의한 결과 벨 사령관의 발언내용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해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이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방위비 분담과 관련된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을 해소하기 위해 방위비 분담이 더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집행될 수 있는 방식을 미측에 제안했다”고 말한 것은 우리도 미측에 맞서 상당히 정교한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임을 보여준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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