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8년 9월 13일 미국 버몬트주의 한 시골 골짜기에서 철도 공사를 위한 바위 폭파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25세의 작업반장 파이니스 게이지는 1m 길이의 쇠막대로 바위에 구멍을 뚫어 폭약을 채워 넣는 일을 지휘하던 중이었다.
쇠막대를 구멍에 박는 동안 불꽃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래를 계속 채워 넣어야 했으나, 인부가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불꽃이 생겼고, 폭약에 점화됐다. 폭발과 함께 포탄처럼 튀어 나온 쇠막대는 게이지의 왼쪽 눈 아래로 들어가 전두엽을 관통해 정중선 근처 이마 윗부분을 뚫고 15m나 날아갔다.
■ 당연히 죽은 줄 알았던 그는 잠시 후 놀랍게도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인근 호텔로 옮겨진 그는 스스로 걸어 현관 의자에 앉았고, 얼마 뒤 도착한 의사에게 "좋은 일거리가 생겼군요"라고 농담까지 건넸다. 수술과 치료를 받고 몇 달 후 그의 몸은 거의 완전히 회복됐다. 그러나 성격의 심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변덕이 심하고 고집이 세어졌다. 활동적이고 유능해 두터운 신망을 받던 사람이 심한 욕설을 퍼붓기를 예사로 하고, 어린애 수준의 동물적인 광기를 부리기도 했다. 예전의 게이지가 아닌, 딴 사람이 된 것이다.
■ 12년 뒤 그는 불행하게 죽었다. 그러나 이는 뇌에서의 섬세한 균형이 사고와 정서, 성격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준 최초의 사건이었다.
1930년 대에 이르러 의사와 학자들은 처음엔 침팬지를 대상으로, 나중엔 사람에게 전두엽 절제술을 시행해 이를 뒷받침했다. 정서와 행동, 표현 등 정신이나 의식의 문제가 뇌라는 신체의 영역과 연관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연구가 축적되고 거듭될수록 의식의 문제는 갈수록 미스터리라고 한다. 그러나 적어도 뇌의 특정 영역과 기능, 뇌에서의 전기ㆍ화학적 활동이 인간의 속성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학의 발견에 해당한다.
■ 정신 착란도 마찬가지다. 우울증이 신경전달물질의 변화에 의한 몸의 병인 것처럼 정신병은 신경의 균형이 깨지거나 전기적 활동 패턴의 변화와 동반돼 일어난다고 한다.
다중성격을 가진 사람은 다른 성격을 보일 때마다 뇌활동의 패턴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량살상을 저지르는 사람 중에는 뇌의 특정부위가 손상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버지니아텍 사건의 조승희를 부검한 의사는 "그의 뇌를 온전히 보았더라도 그의 행동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람의 정체성이라는 것도 궁극적으로 정신의 문제인지, 육체의 문제일지 궁금해 진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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