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밤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는 전에 없던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재보선 때면 늘 환호성이 터져 나오던 이전의 당사가 아니었다. “무참하다”,“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탄식만 간간이 흘러 나왔다.
당사에 마련된 선거 상황실은 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후 9시께부터 당혹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당초 고전이 예상되던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패색이 짙어지자 당직자들은 일제히 침묵 속으로 빠져 들었다.
오후 10시30분께 당사를 찾은 강재섭 대표는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위기를 자기 반성과 성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한나라당에는 심각한 후 폭풍이 예상된다. 우선 공천 실패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불가피하다. 경기 안산 돈 공천 파문 등 재보선 기간 내내 쉴새 없이 터진 각종 악재까지 곁들어져 지도부가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황우여 사무총장과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비롯한 임명직 당직자들은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키로 했다.
문제는 당직자 교체 선에서 사태가 수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 요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한 재선 의원은 “지도부뿐 아니라 내부 싸움만 벌여온 대선주자까지 이번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렇게 될 경우 이후 상황은 말 그대로 시계 제로가 된다. 한 초선 의원은 “이 정도 상황이면 강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 전체가 책임지고 사퇴해야겠지만 이후 대안이 마땅찮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를 뽑기 위해 다시 전당대회를 하는 것은 바른 수습책이 아니다”고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간 맞대결 구도가 팽팽하고 의원들도 양편에 줄을 서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특히 재보선 참패 책임을 둘러싸고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캠프가 대립할 경우 한나라당은 미증유의 혼돈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벌써부터 상대방을 겨냥한 확인되지 않은 비난 발언이 흘러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두 대선주자의 지지율 동반하락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올 수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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