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수색과 탐문수사를 마친 곳에 있다. 수사망에서 벗어났다고 안심할 범인의 심리를 뒤흔들어 수면 위로 머리를 들게 해야 한다.”
25일 본지가 단독 입수한 경찰청 범죄행동분석팀(프로파일링팀)의 ‘지승양 실종 사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주 대규모 수색에도 아무 단서를 잡지 못한 수사팀에게 프로파일러들은 ‘범인은 등잔 밑에 있다’고 조언했다.
곧바로 범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작전이 전개됐다. 경찰은 주민 반상회를 통해 “수색한 곳도 다시 훑는다”, “처음부터 다시 탐문수사를 한다”, “어린이 관련 범죄 전과자들을 확인했다더라” 등 소문을 퍼트렸다.
며칠 뒤 지승양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땅을 팠다가 다시 덮은 흔적이 발견됐다. 경찰은 무릎을 쳤다. 마음이 다급해진 범인이 지승양의 시체를 묻으려다 만 것으로 보고 범인은 바로 근처에 있다고 확신했다. 지승양 집 주변에 대한 탐문과 수색에 탄력이 붙었고, 지승양은 비닐에 두겹 세겹 싸여 쓰레기더미 속 냉장고 안에서 발견됐다.
용의자 송모(49)씨의 신상도 예측대로 였다. 수사팀은 당초 내성적인 지승양이 남을 따라갔을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낯선 이의 차량 납치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프로파일링팀은 지승양이 버스에서 내리면 종종 동네 애완견과 어울렸다는 점에서 주변의 낯익은 사람에게 유인됐을 것이라고 판단해 수사팀에 알렸다.
범인의 집도 지승양의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장소로 추정했다. 기존 사건과 비교할 때 범인은 어린이 관련 범죄, 특히 성범죄를 저지른 ‘내향적, 소극적, 사회성 결여, 온순하고 조용한’ 전과자일 것이라는 특성을 제시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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