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새내기를 끌어 안아라.
대학들이 신입생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학부제 시행 이후 나침반 역할을 해 줄 선배가 없고 동기는 친구보다 ‘잠재적 경쟁자’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적 그늘에 안주하는 ‘캥거루 족’과 진로 선택 등에 여전히 개입하는 ‘헬리콥터 부모’라는 말이 유행하듯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입생이 적지 않은 것도 신입생 관리에 나선 이유다. 미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 이후 학생들의 정신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
●‘지도 교수’에서 ‘개인 교수’로
서울대 사범대는 25일 올해 2학기부터‘개인 교수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교수들이 신입생 1명씩 맡아 공부 방향과 대학 생활 적응 요령, 친구ㆍ부모와의 관계 등을 수시로 상담한다. 전체 신입생 312명 중 우선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후 대상 인원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사범대는 전공 계열을 고려해 교수들과 짝 지워줄 예정이며 교수들에게는 활동비도 준다. 조영달 학장은 “무슨 이야기든 툭 터놓고 말할 상대가 없다는 신입생들이 많다”며 “교수 1명이 여러 학생을 만나는 ‘지도 교수제’로는 솔직한 고민을 들을 수 없어 일대일 면담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고려대 경영대도 올해부터 ‘학생상담지원시스템’을 가동한다. 교수 1명이 학생 5명을 졸업 때까지 맡아 관리한다. 신입생 때는 ‘신입생 강좌’ 를 개설, 1주일에 2번 이상 만나도록 했다. 면담 내용을 보관토록 하는 등의‘상담 가이드 라인’도 만들었다.
●지나친 간섭은 자녀의 독립에 걸림돌
대학들은 학부모에 대해서도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대 자연대는 26일 신입생 학부모 초청 행사를 연다. 자연대 사상 처음 열리는 행사에는 전체 신입생 260명의 학부모 중 150명 이상이 참가한다. 학부모들은 기숙사, 강의실, 식당 등을 둘러보고 대학생활문화원 김지은 전문위원으로부터 ‘대학생 자녀와 부모와의 관계’라는 주제로 특강을 듣는다.
김 전문위원은 “일부 학부모는 자녀 대신 수강 신청 정보를 구하고 아파서 시험을 못 보면 교수에게 직접 전화해 시험 기회를 달라고 애원할 정도”라며 “학생들이 성인으로서 제대로 독립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이 크게 간섭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이날 전공 안내와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오세정 학장은 “전공이나 졸업 후 진로 선택을 둘러싼 신입생과 학부모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며 “학부모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녀들의 선택을 존중해 주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공대는 매달 한번 꼴로 김도연 학장이 직접 쓴 편지를 신입생 학부모들에게 보내고 있다. 공대 소식과 함께 “학점이 2.7 이하면 장학금 받을 자격이 없어지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2000년부터 상담 전담 교수제를 운영하는 연세대는 학부모들이 면담을 신청하면 언제든 교수들과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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