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강원도 횡성 육군부대에서 발생한 총기사고의 진상조사 내용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다. 탄약고 경계근무를 함께 하다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된 두 병사는 같은 상병 계급의 선ㆍ후임 사이로 평소 사소한 일로 자주 다투는 등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결국 이런 사고가 난 것은 일선 지휘관과 상급자들이 관리ㆍ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탓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늘 떠드는 사병들의 문제보다, 허술한 지휘ㆍ감독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진상조사에 따르면 숨진 사병들은 3개월 차이 선ㆍ후임 관계로, 내무반에서 슬리퍼를 어디 둘 것인지를 놓고 다투는 등 갈등을 계속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선임사병은 지난달 분대장에게 "후임사병과 부딪히기 괴롭다"며 따로 근무하게 해 줄 것을 요청한 적도 있다.
특히 이 선임사병은 지난해 인성검사에서 우울증이 확인돼 '관심사병'으로 분류됐었다. 이에 따라 부대의 특별관리를 받았으며, 몇 달 뒤 상태가 호전돼 관리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런 경위에서 드러난 것은 총기사고 예방을 위한 인성검사와 특별관리제도 등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내무반 단위의 관리ㆍ감독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우울증 병력이 있는 사병이 후임자와 갈등을 계속하고 스스로 근무자 교체까지 요청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총과 실탄을 소지하고 둘이 함께 경계근무를 하게 한 것은 지휘ㆍ감독 책임을 저버린 것과 다름없다. 근무조 편성을 바꾸는 것조차 게을리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
군은 그 동안 총기사고 예방을 위해 구타 근절 등 병영문화 개선에 힘쓰는 한편 사병 간의 지시ㆍ명령을 금지하는 군복무기본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인성검사 등으로 군 부적응자를 가려내고 적응을 돕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무반 단위에서 병사 개개인의 정서적 문제와 선ㆍ후임 갈등 등을 세심하게 살피고 위험요인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일선 지휘관의 책임의식이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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