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투자에 대한 투자수익률(ROI)를 놓고 회의적인 경영자들이 많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가 기자회견에 받은 질문 중 하나다. IT 투자회의론은 Y2K 이후에 IT 산업 정체와 더불어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Wall Street)를 풍미한 얘기다.
하지만 국내 산업 환경과는 아직 먼 얘기다. 아니 맞지 않다고 생각된다. IT를 산업 곳곳에 도입했지만 실제는 제조업의 자동화나 생산성 향상 위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한 단계 높은 지식산업의 프로세스나 사업 모델의 고도화에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이미 선진 기업들은 IT를 성장의 모멘텀으로 활용해왔다. 예를 들어 델(Dell)은 IT 제조업 강국인 우리나라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PC 산업에서 인터넷 주문방식과 부품 아웃소싱으로 시장에서 독야청청 했다.
뿐만 아니라 IT 서비스보다 훨씬 전통적이고, 레드오션(Red Ocean)을 넘어 블러디오션(Bloody Ocean)인 소매유통에서 다시 떠오르는 월마트를 보면 그 동안 우리가 제조업에서 경험한 생산성 증가를 넘는 프로세스나 사업모델의 고도화를 목격할 수 있다.
국내의 많은 경영자들은 제조업 분야에서 성공한 탓인지 아직도 스스로 원점에서부터 프로세스 자체를 바꾸기 보다는 IT가 모든 것을 바꾸어 주거나 혹은 부족한 부분을 저절로 채워 주리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의 외환위기를 예단하기도 했던 오마에 겐이치는 이러한 IT 투자회의론에 대해 “기존 프로세스를 IT로 고치려 하지 말고, IT로 프로세스를 먼저 구상하고 그에 맞는 조직과 기업을 구성해라”고 충고했다.
행동 양식이나 사고 방식의 변화에는 저항적이게 마련이다. IT를 만능 열쇠로 보지 말고 프로세스, 사업모델을 고도화하는데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 고민 하는 게 어떨까.
LG CNS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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