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내 ‘트러블 메이커’로 악명을 떨쳤던 존 볼튼 유엔 주재 미국 대사 후임으로 잘메이 칼릴자드(53)가 신임 미 대사로 23일 부임했다. 칼릴자드 대사는 24일 곧바로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모색하고 있는 코소보를 방문하는 것으로 유엔 외교활동을 시작한다.
리처드 그레넬 대사 대변인은 “칼릴자드 대사는 이라크 문제에 초점을 두면서 중동 현안과 수단 및 코소보, 유엔 개혁 등의 현안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릴자드 대사는 부임 전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를 역임했다.
칼릴자드 대사는 상원 인준을 얻지 못해 지난해 12월 사퇴한 볼튼 전 대사와 마찬가지로 딕 체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부시 행정부 내 강경파로 분류된다. 그러나 막후 교섭에 능한 협상가로 알려져 볼튼과 달리 유엔 내에서 소모적인 대립은 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칼릴자드 대사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으로 수니파 무슬림 가정에서 출생해 1979년 시카고대에서 이란 핵개발 계획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컬럼비아대 교수 등을 지냈으며, 미국 시민권은 1984년 취득했다.
걸프전 당시 체니 국방장관의 발탁으로 국방부 정책기획담당 차관보로 재직하면서 중동정책 입안에 참여했다. 현 행정부에서는 이라크 대사로 일하기 전 2001년 탈레반 정권 붕괴 이후 아프간 특사로 임명됐다가, 대사로서 아프간 정부 재건 작업을 지원했다.
그레넬 대변인은 “현 상황에서 미국의 최대 현안은 이라크 문제이며, 이라크 최고 전문가인 칼릴자드 대사는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개입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의 이라크 활동은 2003년 바그다드 주재 유엔사무소가 폭탄테러를 당해 22명이 숨진 뒤 크게 위축됐다.
칼릴자드 대사 부임에 대해 각국 유엔 대사들이 반응을 자제하는 가운데, 남아공의 두미사니 쿠말로 대사는 “볼튼보다 더 나쁘지는 않지 않겠느냐”는 농담을 던졌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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