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유명 관광지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산악용 4륜 오토바이(ATVㆍAll Terrain Vehicle)가 도심 도로를 누비면서 새로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속칭 ‘사발이’로 불리는 ATV는 관광지 도로를 질주하며 사고를 일으키고 있으나 단속법규가 애매하고 보험적용도 안돼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각종 봄축제로 인파가 몰리고 있는 경주의 보문단지와 강원 춘천 강촌 유원지 등 관광지 주변 도로에는 굉음과 매연을 내뿜는 ATV가 여전히 차량과 엉켜 혼잡을 빚고 있다.
최근 ‘한국의 술과 떡잔치 2007’ 행사를 보러 경주를 찾은 박민경(38ㆍ여ㆍ대구 달서구)씨는 “보문단지에서 자전거를 타는데 ATV가 옆을 들이받아 넘어졌다”며 “도로와 진입로를 가리지 않고 달리는 ATV는 도로의 무법자”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보문단지에서 ATV를 타던 여성이 충돌후 튕겨져나가 숨지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ATV 단속은 구호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사업자등록증만 내면 누구나 허가나 등록 절차 없이 ATV 대여업을 할 수 있어 보문단지에만 30여개 업소가 500대에 이르는 ATV를 비치하고 성업중이다.
춘천시 남산면 강촌유원지도 ATV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0월 박모(46)씨가 ATV 전복사고로 중상을 입은 이곳에서는 업소 15곳이 ATV를 1대에 1만5,000원~2만원에 대여해주고 있다.
경북관광개발공사와 경주경찰서가 최근 보문관광단지 자전거 전용도로에 ATV 진입 차단봉을 박고 통행금지 현수막을 내거는 등 ATV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경찰은 도심에서 시속 70㎞까지 질주하는 ATV에 대해 “50cc이상은 자동차관리법상 이륜자동차로 규정돼 있으므로 160㏄가 넘는 ATV는 이륜자동차로 봐야 한다”며 도로교통법을 적용할 방침을 세웠으나 이마저 관광객들의 눈치를 보느라 경고성 엄포에 그치고 있다.
춘천시도 수차례 건설교통부에 ATV에 관한 행정지도 지침을 질의했으나 “ATV는 자동차로 볼 수 없다”고 회신, 손을 놓고 있는 상태이다.
관할부처인 건교부는 ATV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자동차관리법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림으로써 ATV는 보험가입 의무조차 없다. 이에 따라 ATV천국으로 불리는 제주도에는 매년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손해보험에 들지 않은 업체가 상당수여서 보상을 둘러싼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북관광개발공사에서 보문단지 행락질서를 담당하는 박기수(55)씨는 “보문단지내 ATV가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는 정도를 넘어서 도로의 무법자가 되고 있다”며 “ATV 단속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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