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것 같군요." 한 증권사 철강담당 애널리스트는 24일 포스코 주가가 사상 처음 40만원에 마감되자 이렇게 말했다.
이날 주가상승은 포스코가 우리은행과 농협 등 기관투자가에게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백기사(우호지분)'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정말로 M&A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일까.
물론 '포스코발(發) M&A 경계경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주주가 없고 외국인 지분은 60%에 육박하고 미래 성장 가능성은 높고, 더구나 세계철강산업이 구조조정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어 '포스코 M&A' 시나리오는 여건상 4박자가 맞는 상황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포스코의 행보는 좀 더 분주해진 모습이다. 적대적 M&A에 대한 위기감이 과거보다 한단계 높아진 분위기다.
우선 '백기사 구하기'가 그렇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농협은 포스코로부터 추가지분매입을 요청받고 검토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해에도 장내에서 1%가량의 지분을 매입한 적이 있고, 농협도 작년 주식 매입약정을 통해 1% 가량의 지분을 취득했다. 물론 두 금융기관의 주식 추가 매입 여부는 최종 결정되지 않은 상태지만, 중요한 것은 백기사를 찾는 포스코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는 사실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도 "포스코가 백기사 역할을 요청한 기관은 우리은행과 농협 외에도 3~5곳이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포스코는 협력사 등에도 주식을 사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포스코가 이처럼 백방으로 우호지분 확보에 나선 것은 그만큼 적대적 M&A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 이은영 애널리스트는 "포스코의 연간 매출액이 20조원이고 영업이익이 4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시가총액 35조원은 아직 비싸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라며 "포스코의 현금 창출 능력, 한국 철강시장에 대한 독점적 지배력, 미래 성장 가능성, 해외 투자 성과, 아시아의 거점이란 지역적 특수성 등을 감안하면 적대적 M&A 가능성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포스코와 같은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규제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법의 발의자가 포스코 제출소가 위치한 포항출신의 이병석 의원(한나라당)이란 점을 주목할 대목이다. 포스코 창업자인 박태준 명예회장도 "포스코의 적대적 M&A위험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철강 경기가 워낙 좋아 포스코에 대한 M&A 가능성은 계속 힘을 발휘할 것"이라며 "포스코가 다소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할 지라도 우호 지분이란 것은 사실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는 만큼 100% 안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물론 반론도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포스코의 주가는 M&A 하기에는 이미 너무 높은 수준"이라며 "M&A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탈이 아르셀로를 인수한 가격은 조강생산량 기준 톤당 628달러에 불과했으며 타타스틸이 코러스를 인수한 가격도 톤당 571달러였다. 반면 현재 포스코 주가는 인수가격이 톤당 1,100달러를 훌쩍 넘는다.
포스코가 M&A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 그 논란은 주가상승과 함께 쉽게 가라앉기 힘들 전망이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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