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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색깔있는 영화보기] 이 남자, 오다기리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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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색깔있는 영화보기] 이 남자, 오다기리 조

입력
2007.04.2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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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빛에는 짜릿한 10 볼트의 자유와 허무함이 함께 묻어 나온다. 서글프게 그러나 신비롭게. 웃을 때는 눈에 미소가 걸리지만, 슬픔이 심장에서 노를 젓는다. 오다기리 조. 단 한번도 같은 역할을 맡은 적이 없는 일본 배우. 남자인 듯 여자인 듯, 불량배인 듯 모범생인 듯, 히피인 듯 사무라이 인 듯.

막상 일본에서는 성격파 배우로, 일본의 조니 뎁으로, 츠마부키 사토시의 인기에 가려 있지만, 한국에만 오면 전세 역전. 벌써 ‘아이 러브 오다기리 조 특별전’이 열렸다.

사실 처음부터 오다기리 조가 지금의 오다기리는 아니었다. 부산영화제에서 구로자와 기요시 감독의 <밝은 미래> 에서 그를 처음 보았을 때, ‘해파리’의 이미지로 포장된, 흐느적흐느적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또 다른 일본의 아이돌 스타를 떠올렸던 것이 사실이다.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에서도 <스크랩 해븐> 에서도 ‘잘 생긴’이란 수식어를 떼지 못할 것 같았던 그가, <피와 뼈> 나 <메종 드 히미코> 에 이르르니 비로소 눈이 부셨다.

<메종 드 히미코> 에서 게이 아버지를 평생 증오했던 사오리는 그만 아버지의 연인인 히미코, 바로 오다기리 조에게 단숨에 반해 버린다. 온전한 이성애자가 동성애자에게 반할 수 있다는 파격.

이 영화의 모든 설득력의 핵심에는 바로 오다기리가 서 있다. 게다가 온갖 일탈과 포악함 뒤에 숨겨진 외로움을 안고 사는 <피와 뼈> 의 아들 역할이나 <박치기!> 의 귀여운 히피 역할은 오다기리가 자신 안의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을 함께 연주할 수 있는 연기자라는 것을 두말없이 입증해 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탁아소 대신 극장을 드나들었던 영화광으로, 이혼한 어머니와 단 둘이 살며 감독을 꿈꾸었던 외로운 유년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오다기리 조에게서 그토록 매혹적인 바람의 냄새가 날 밖에.

19일 개봉한 <헤저드> 는 일본판 눈물같은 영화로, 오다기리의 4년 전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솔직히 소노 시온 감독의 지나친 자의식과 오버하는 연출이 그다지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뉴욕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자유와 일탈의 아이콘인 오다기리가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폭발직전의 휴화산처럼 갓 소년기를 벗어난 앳된 얼굴을 가진 그이지만, 뉴욕 뒷골목을 깡총깡총 뛰어 다니면서 심지어 강도짓도 장난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오다기리의 힘 때문이다.

결론은 오다기리는 멋있다. 그 놈은 멋있다. 좀 어설프게 웃기면 귀엽고, 진지하게 자신과 싸워나갈 때는 너무나 고독해 보인다. 4년 전의 <헤저드> 와 최근작들을 비교해 관람을 하다 보면, 배우란 폼이며 자태가 절반이거나 그도 아니라면 표정이 전부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꿈꾸는 눈매와 양성적인 매력이 함께 하는 오다기리.

내 마음의 신전, 제임스 딘과 리버 피닉스가 거처하는 남자 배우들의 신전에 곧 오다기리 조의 명패도 함께 붙여 놔야겠다.

영화평론가ㆍ대구사이버대교수 심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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