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시장이 좋은데도 주변을 돌아보면 의외로 볼멘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불만은 한 가지다. 오르는 종목만 오르다 보니, 정작 자신의 투자수익률은 시원찮다는 것이다.
조선, 기계, 철강 등 올해 증시의 주도주들이 실적도 좋고 향후 전망도 밝다는 것은 알지만, 너무 주가가 올라서 매수하기 힘들다고 한다. 추격매수를 했다가 소위 ‘상투’를 잡을까 걱정이 되고, 그러다 보니 주가 움직임이 부진한 종목 위주로 투자하게 돼 수익률도 시원찮은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가 어떤 종목을 매입했을 때 주가가 ‘상투’일 확률과 ‘바닥’일 확률은 각각 얼마나 될까. 경제학의 가설 중에 ‘임의보행(Random Walk)’이라는 것이 있다. 한 마디로 주가의 움직임은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오늘 사들인 주식의 가격이 내일 오를 확률과 떨어질 확률은 같다는 것이다.
이를 응용해 보면 특정 종목의 연중 고점과 저점은 어차피 1년에 한 차례 나타나는 것이므로 아무 종목이나 찍어서 주식을 사들이더라도 그 가격이 연중 고점, 또는 저점이 될 확률은 250분의 1, 즉 0.4%에 불과하다. 결국 ‘상투’를 잡을까 걱정하는 투자자는 결국 0.4%에 불과한 확률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럼에도 주가가 최근에 많이 오른 종목일수록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동전 던지기에서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10번 정도 연속해서 앞면이 나오자 심리적으로 다음 번에는 뒷면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점이나 저점을 맞출 확률은 같은 방식으로 기준이 되는 기간을 월이나 주 단위로 압축해도 각각 5%, 20%에 불과하다. 정확한 타이밍을 맞출 가능성보다는 틀릴 확률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라면 ‘상투’를 두려워하거나 ‘바닥’을 잡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투자하고자 하는 기업의 실적개선이나 밸류에이션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주가가 상당기간 올랐더라도 향후 실적 개선이 확실한 종목을 사지 못할 이유는 없다. 같은 이유로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종목을 ‘바닥’이라고 믿고 관심을 둘 필요도 없을 것이다.
주식투자는 언제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합리적이지 않은 두려움과 욕심을 걷어내고, 우량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장기투자 한다면 주식투자는 한층 즐거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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