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급등으로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무역 부문의 경쟁 상대인 일본 엔화에 대한 유로화의 강세가 멈추지 않아 유럽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24일 엔ㆍ유로 환율은 160.63엔으로,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달러ㆍ유로 환율도 1.3562달러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멈출줄 모르는 유로화 강세 현상에 당황한 유럽은 "각국의 환율이 실물경제를 반영해야 한다"며 미국과 일본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호황을 즐기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환율이 과도하게 저평가돼 있다는 불만을 담은 것이다.
19,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워싱턴과 도쿄의 노골적인 비협조로 유로화 강세를 제어하려는 노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로화에만 일방적으로 돈을 걸다가는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은 일본에 대한 불만이 특히 강하다. 경제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일본 정부가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엔저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 약세의 가장 큰 배경은 금리 차이다. 일본의 금리는 0.25%로 유럽의 3.50%에 비해 매우 낮다. 이 같은 상황은 '엔 캐리 트레이드'를 확산시키고 다시 엔 약세를 부추기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엔화에 대한 유로화의 강세는 지난 2월 주춤하는 듯 했다. 당시 독일 에센에서 개최된 주요 선진 7개국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G7)에서 간접적이지만 관심을 끌만한 언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일 일본은행이 현 금리 유지를 결정하고,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G7 회의에서 엔 약세를 '용인'하는 듯한 메시지가 전달되자 환율은 다시 요동쳤다.
유로 강세, 엔 약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ECB가 이르면 6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세에서도 현 상태를 변화시키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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