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 클락슨, 클레이 에이킨, 캐리 언더우드의 두 가지 공통점은? 하나는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한 팝스타라는 것. 또 하나는 미국 폭스 TV의 리얼리티쇼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
미국 각지에 있는 무명의 가수 지망생이 미국인들의 투표를 통해 우승자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는 <아메리칸 아이돌> 은 더 이상 단순한 리얼리티쇼가 아니다. 지난해 방영된 5시즌의 경우 평균 시청자가 무려 3,000만명에 달할 정도의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아메리칸 아이돌> 은 그 인기를 통해 출연자들을 음반산업계의 스타로 만들어낸다.
매 시즌 우승자들은 예외 없이 팝계의 주목을 받는 것은 물론, 우승하지 않은 주요 출연자들도 스타가 된다.
지난 시즌에도 우승은 못했지만 높은 인기를 얻었던 록 보컬리스트 도트리의 앨범이 200만장 이상 판매됐고, 영화 <드림걸스> 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제니퍼 허드슨 역시 아메리칸 아이돌 출신이다. 지난해 우승자 테일러 힉스는 부시 대통령 재선당시 득표수보다 더 많은 6천 3백만 표를 얻었을 정도로 전국민적인 관심을 얻었다.
<아메리칸 아이돌> 의 재미는 무엇보다 ‘미국식 스타 탄생’의 과정에 시청자가 직접 참여한다는데 있다. TV칼럼니스트 정석희씨는 “땅도 크고 사람도 많은 미국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무명의 가수 지망생들이 전국적인 스타가 되는 과정 자체가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말한다.
<아메리칸 아이돌> 의 출연자들은 백인과 흑인, 또는 사는 지역에 따라 뚜렷한 음악적인 차별성을 보이고, 본선 진출자들은 각 지역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 시즌 5의 최종 예선에 올랐던 3명의 출연자들은 마지막 결승을 앞두고 ‘고향 방문의 날’을 가졌을 정도.
또 형편없는 옷차림으로 등장해 멋진 노래를 불러 시청자들을 놀래킨 클레이 에이킨이나 지극히 내성적이지만 무대에서의 과감하면서도 깔끔한 퍼포먼스와 멋진 노래실력을 가진 테일러 힉스 등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킬 극적인 사연과 실력을 가진 출연자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여기에 출연자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으로 <아메리칸 아이돌> 을 통해 ‘독설가’로 유명해진 음반제작자 사이먼 코웰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냉정한 평가가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책임진다.
<아메리칸 아이돌> 은 미국인들에게 단순한 가수 실력가르기가 아니라 감동적인 성공 드라마와 실력, 그리고 공정함이 더해진 미국 팝계의 새로운 스타시스템인 셈이다. 장기 침체와 함께 점점 새로운 빅스타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우리 가요계로서는 <아메리칸 아이돌> 의 성공요인을 분석해볼 만하다.
<아메리칸 아이돌> 이 미국에서 1년에 한번씩 새로운 스타를 배출하는 반면 한국은 스타는 물론 이렇다 할 히트곡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서태지의 <난 알아요> 나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 처럼 모든 이들이 끄덕거릴 히트곡은 더 이상 없다. 최근 벅스와 멜론등 주요 음원판매사이트에서는 아이비의 <이럴 거면> , SG워너비의 <아리랑> 등 각기 다른 곡들이 1위를 차지하고, 10위권 안에 드는 곡들 중 상당수가 겹치지 않는다.
한 온라인 음원사이트의 경우 2006년 최고 히트곡의 수익이 전년의 40%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음반 김홍기 홍보팀장은 "요즘에는 가수의 기존 인지도가 높은가, 또 미니홈피나 컬러링에 적합한 음악인가가 히트 요인이 되는 것 같다. 그만큼 음악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는 음원시장의 전체적인 불황과 음원의 불법다운로드 등 여러 요인이 얽혀있지만, 가요계가 스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렇다 할 마케팅 방법을 찾지 못한 것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강태규 팜 엔터테인먼트 이사는 "여전히 TV출연이나 언론홍보에만 의존하는 것은 옛날 알사탕을 요즘 아이들에게 먹이는 꼴이다. 새로운 트렌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음악 외에도 인터넷과 케이블TV등 즐길 것이 많은 시대에 대중이 음악에 관심을 가지도록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야 한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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