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는 거야 좋은 일이지만, (전망이) 하도 안 맞으니까 답답해서 잠이 안 올 지경이다.”
종합주가지수(KOSPI)가 이 달 들어 연일 거침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대부분의 증권사가 연초 증시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가 증시가 깊은 조정을 거쳐 한차례 낭패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로 2분기에 한 차례 큰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가 의외의 결과에 당혹해 하고 있는 것이다.
23일 코스피는 해외증시 강세와 2,000억원 어치 이상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장 중 1,550선을 넘어선 데 이어 전날보다 11.27포인트(0.74%) 오른 1,544.35로 거래를 마감,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써 국내 증권사들의 4월 증시 전망은 모조리 빗나갔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코스피 예상치를 가장 높게 제시한 곳은 부국증권으로 1,530선을 제시했다.
반면 대부분의 증권사는 4월 중 코스피 고점을 1,500~1,520선으로 예상했으며, 연초부터 강하게 ‘2분기 조정론’을 주장해온 대한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1,500선 돌파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전망 또한 삼성, 미래에셋, 한화, 신영증권 정도가 지수 고점으로 1,520~1,550을 제시했을 뿐, 4월 안에 코스피가 1,550을 넘어서리라고 예상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당초 전망을 내놓을 때와 시장환경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다만 외국인 매수세가 이처럼 강하게 유입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한 까닭에 예측이 빗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에 따라 코스피 전망치를 조심스레 상향 조정하는 분위기다. 키움증권은 2분기 전망치를 종전 1,550에서 1,600으로 올렸고, 동부증권도 연간 전망치를 기존 1,600에서 1,650으로 수정했다. 현대증권도 2분기 전망을 1,670으로 고쳤으며, 삼성증권은 2분기 전망치를 1,580선으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한편 줄기차게 ‘2분기 조정론’을 제시해온 김영익 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예상치 저점을 1,250에서 1,350으로 높였을 뿐 당초 주장을 고수했다.
김 센터장은 “코스피가 5, 6월에 1,350선이 무너지는 조정 국면을 거친 뒤 하반기부터 대세상승기로 접어들 것”이라며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의 2분기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데다, 중국의 긴축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로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낮아진 점이 증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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